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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May 19. 2022

회식을 거부할 용기

회식 말고 그냥 도시락 주세요

회식 말고 그냥 도시락 주세요



거리두기가 풀렸다. 코로나가 사라지고 있는 건 좋지만 딱 하나 싫은 게 있다.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회식도 같이 풀렸다는 거. 그동안은 회식을 하지 못해 도시락으로 대체했다. 거하게 고기를 굽는 회식에 비해 도시락은 한없이 적은 양이고 초라한 메뉴였지만 나에게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회식보다도 좋았다. 왜냐면 나는 대면 회식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모든 직장인이 나처럼 회식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봤다. 한 사람은 자신이 술을 너무 좋아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회식을 못해서 몸이 근질거린다고 했다. 아싸인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역시 아싸 와 인싸는 물과 기름 같은 것인가.






회식자에서는 고기도 돌로 보입니다

요즘은 회식문화도 다양해졌다. 기본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사실 분위기상 강요 아닌 강요가 된다. 지금까지 당당히 자신은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불참을 택하기보다는 회식자리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상사 옆자리에 앉아 술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은 본 적이 있다. 나는 딱 한번 거부한 적이 있다. 의례적으로 물어보는 "다들 참석하실 거죠?" 라는 질문에 나 혼자만 생뚱맞게 "저는 안 하겠습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때의 그 싸한 분위기는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결국 나는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회식에 가면 거의 먹지 못했다. 내가 고기를 굽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회식을 끝내고 집에 오면 꼭 무언가를 다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자리에서는 먹고 싶지도 않고 먹으면 체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이 정도로 심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좋아진 건 아니다. 여전히 회식은 나에게 불편한 자리이며 가급적 피하고 싶은 자리다.






묵언수행이 답이다

회식자리는 사무실보다 편해지기 쉬운 자리다. 그래서 실수도 많이 일어난다. 평소에 쌓아 두었던 말을 술김에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끝으로 가면 술이 취해 술주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회식자리에서 술 먹고 있었던 일은 다들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는 아마 가장 오래 남는 모습이 될 거다. 나 역시 어떤 동료가 술주정했던 모습이 그 사람을 기억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회식자리에서는 사무실에서 보다 더 말을 아끼고 자신의 주량보다 덜 먹는 게 중요하다. 그 자리에서 다른 직원들의 뒷담이 나온다 해도 동조하지 않아야 하고 먼저 일에 대한 이야기는 안 꺼내는 것이 좋다. 정말 친한 친구들과 있는 것처럼 업텐션으로 놀았다가는 이불 킥 하는 일이 생길 수가 있다.








눈치 보지 않을 권리

이런 분이 있었다. 그분이 무슨 일 때문에 남아서 일을 더 하다가 조금 늦게 회식자리에 참석했다. 그런데 1시간 정도 있더니 웃고 떠드는 중간에 당당히 자신은 내일 출근이 부담돼서 먼저 일어난다고 인사를 하고 일어났다. 심지어 그분은 자신은 술도 마시지 못한다고 주는 술도 거부했었다. 그때 그분이 나에게도 물어봐 준 덕분에 나도 일찍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자신은 그 자리에서 나올 뻔한 이야기들을 좋아하지 않아 오래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분 역시 조용히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분으로 보였다.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자리들은 최대한 피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우리가 못하고 싫어하는 것을 말할 권리가 있다. 술을 못 마시는데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맞춰주느라 마실 필요는 없다. 지금 안 일어나면 버스가 끊길 것 같은데 내가 지금 간다고 하면 좋은 분위기를 깰까 봐 나중에 할증 붙은 택시를 타고 갈 필요가 없다.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나도 처음에는 술 못 마신다고 하면 뭐라고 할까 봐 말을 못 했는데 어느 순간 솔직하게 말하니까 나를 그냥 술 못 마시는 애로 받아들여줬다. 내가 그동안 너무 눈치를 많이 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는 이제 참석하지 않겠습니다

난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어떤 프로젝트의 쫑파티 자리였는데 과감하게 저는 다른 약속이 있어 못 간다고 선전포고 했다. 그때 그 팀이 너무 싫었던 것도 있어 일부러 회식 날 그 시간에 약속을 잡은 것도 있었다.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차라리 내 시간을 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마지막인데 참석을 안 하는 나에게 '눈치 없고 어울리지 못하는 애' 라는 따가운 시선을 보냈지만 나는 무시했다. 다른 사람의 기분도 중요하지만 내 기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끔 이런 사람이 있다. 회식자리에 자신이 없으면 자기 얘기가 나올까 봐 무조건 참석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성격이지만 그건 내가 회사에 애정이 없어서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회사와 적당한 선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회사가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일부분 중에도 아주 일부분이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정말 싫은 술자리나 회식은 미련 없이 NO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건 사람마다 다른 선택이지만 내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내 시간에 조금 더 가치를 두는 선택을 해보는 건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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