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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Jul 13. 2022

직장인의 자존감

지킬 수 있을까요?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요?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라는 말들이 있다. 직장을 다니며 가장 많이 생각하고 되뇌던 격언이다. 직장인들의 자존감은 무력하다. 적어도 회사 안에서는 말이다. '무력함'이라는 단어가 왠지 부정적으로 들려 쓰고 싶지 않지만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다. 그룹의 오너가 아닌 이상 직장 다니는 내내 아랫사람일 수밖에 없는 우리는 영향력도 없고 쓸 수 있는 힘도 없다.








생계형 직장인


불합리한 상황을 겪고 있어도 쉽게 직장을 그만두기 힘들다는 사연들을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평탄하게 직장을 다니기가 이렇게 어려운 확률인가를 또한번 느끼기도 했다. 그 사연들을 읽으면서 한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답답함을 나도 느끼고 있기에 너무나도 공감할 수 있었다. 결국 아무리 불합리하고 견디기 힘든 상황이 닥쳐도 내가 도망칠 곳이 없다면 그저 참고 버티는 게 능사일 수밖에 없다. 생계형 직장인들의 최대 약점은 돈이기 때문이다. 같은 약점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괴롭히지 좀 맙시다...


화가 나고 내일 당장이라도 사표를 던지고 멋있게 나가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지만 인생이 참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회사에서 익숙한 업무를 해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하고 그것이 나에게 밥을 먹여주기까지 긴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물론 이것도 무조건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이 힘든 순간을 도망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또 여전히 답답한 것이다.







직장인의 자존감


맞짱 뜰래야 뜰 수 있는 상대가 아니잖아요. 그 사람은 병원장이고 저는 펠로우 나부랭이고. 엄연히 사회적으로 체격도 다르고 레벨도 다르고


사실 미생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조직 내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 누군가가 마음에 안 든다면 그 누군가가 어서 다른 길을 찾아 떠나길 바라는 것. 자발적 아싸가 되는 것. 이런 것들 말고는 주체적으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업무적으로 사사건건 부딪히는 건 피할 수 없다. 나 역시 어떤 사람과 부딪히기 싫어서 인사하는 것 말고는 일상적인 대화는 물론이고 업무적인 것으로 만나는 것도 슬금슬금 피해 다니고 있다. 그런다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이게 최선의 방어술이다. 선택이 아니다. 창을 들 수 없으니 방패를 드는 거다.


직장에서 피할 수 없는 힘든 순간을 만났을 때 나는 이제껏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렸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를 생각하다가 거기서 답이 안 나오면 급기야 나의 운을 탓했다. 나의 의지대로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러다 화가 나고 힘이 빠졌다. 정말 나의 운이라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하는 저 사람들은 내가 맞짱뜰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가 들 수 있는 무기는 없다. 그러니 어쩌면 직장인들의 자존감은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상처 입은 미생에게


유튜브를 보다가 <상처 입은 너에게> 라는 제목의 이지영 강사의 영상을 봤다. 제목부터 끌렸다. 지금 나를 위한 것 같았다.


 "사람들은 몸에 난 상처는 치료하면서도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아. 내 마음에 화살을 맞았을 때 사람들은 그 구멍 난 마음을 먼저 치료하는 게 아니고 어떤 사람이 나한테 화살을 쐈는지 찾아서 저 사람을 미워하는데 힘을 써. 그러는 동안 나한테는 여전히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거야.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건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야. 나를 먼저 치료하는 게 우선이야. 내가 굳이 안 갚아줘도 세상이 알아서 갚아줘. 그러니 나를 먼저 돌봐."


그저 힐링의 말이 아닌 논리적인 위로가 나를 설득 시켰다.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안 되지만 은근히  '내가 안 갚아줘도 세상이 갚아줄 거야' 라는 저 말을 괜히 믿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을 치료하는 게 우선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알고도 감정이 앞서 그것을 무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불가항력


회사에서 받은 상처에 계속 내 탓을 했고 그 사람들을 미워했다. 그 무거운 것을 짊어지고 있어서 좋은 감정들이 들어올 틈이 없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겪은 기분 나쁜 일들을 생각 하고 쉬는 날도 내일 출근할 생각을 하면 그날 기분이 안 좋고 내일이 오는게 불안했다.  그런 나의 생각이 얼굴에서도 드러났는지 사람들은 나에게 너무 빡빡하게 일하는 것 아니냐, 좀 편하게 일해라 라는 말을 했다. 속으로 어떻게 그게 되냐라고 반항했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니 끝내 부정할 수는 없었다.


출근해서 상처받지 않은 날을 꼽기가 힘들다. 매일 만나는 동료들과의 인간관계 속에서 업무들에서 수도 없이 상처 받는다. 어지간한 강철 멘탈도 그것에 초연하기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어렵겠지만 회사에서 맞은 화살들에 대해 내 탓을 하지 않기로 했다. 슬프지만 무력함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불가항력이다. 그러니 우리 미생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화살을 맞았을 때 얼른 툭툭 빼내고 자신을 치료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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