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슈 / 윤희영_창원한들초 교사
새로운학교경남네트워크는 교사의 교육철학을 본위로 한 교사교육과정으로 교육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2024년 1학기 동안 모두 세 차례의 포럼을 진행했다. 웹진 “새넷”에서는 지상(紙上)으로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첫 교사 교육과정 세미나 기획 회의
경남새넷은 첫 번째 세미나를 준비하기 위해 3월에는 동면초등학교에서, 4월에는 교방초에서 기획회의를 열었다. 가능성을 모색하고 다듬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바야흐로 신록의 5월! 드디어 김해에서 많은 선생님을 초대하여 공개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세미나를 준비하는 기획 회의 내용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세미나를 알리는 공적 문서, 공문에 이렇게 표현하였다.
(목적이란 말 대신) "마음의 눈길"
가. 교육은 교사의 발끝에서 시작하여 교사의 발끝에서 끝난다.
나. 교사의 철학이 세상의 길이 되고 교사의 실천이 삶의 길을 닦는다.
다. 교육과정에서 수업 이전에 또 수업 너머에 있는 나의 존재를 만난다.
(방침이란 말 대신) "풀어 놓는 마음"
가. 교사가 행복해지는 길을 함께 만들어간다.
나.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며 그 사랑을 찾아가는 것이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다.
다. 행복학교, 미래학교 그 새로운 길을 학문으로 간명하게 바라본다.
라. 사람다움, 앎의 깊음 속에서 나이 들수록 더 행복한 교사가 된다.
(기획 회의) “준비하는 과정”
가. "양재욱이 간다!" 인터뷰로 시작
- 양재욱 교장 선생님이 발표할 선생님께 가벼운 질문을 통해 선생님의 발(실천)을 바탕으로 그분의 철학을 찾기
나. “디자인” 기획 회의를 통한 세미나 디자인
- ‘참관’에 그치지 않고 사례 발표를 하는 선생님을 거울삼아 자기 수업과 철학을 생각해보는 화두나 질문을 던진다. ‘철학’이라 하여 거창한 것을 생각하지 말고 꾸아드네프의 원래 의미처럼 ‘연휴 어떻게 보냈어요?’라는 질문으로 일상을 나누기, ‘내 옆에 앉은 사람의 강점은?’, ‘나는 내 수업에, 학급 운영을 할 때 어떤 가치를 두고 하는가?’라는 것으로 나아가기, 핵심은 철학이라는 설정 아래 안현정 선생님의 ‘꽁꽁 싸매 두었던 수업 보따리’를 풀어내기
"사실 전 수업 공개가 가장 두려운 교사였어요. 동료 선생님들의 미묘한 표정과 걱정 가득한 말씀 때문이었어요. 넌 수업이 이런 식이지? 너희 교실은 왜 엉망이야? 왜 정리가 안 되어 있어? 너희 애들은 다루기가 힘들어. 자기주장이 강해. 같은 말이었네요. 그래서 전 교실도 수업도 아무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이번에 이렇게 발표까지 하게 되었다니 너무 놀라워요."
2024년 5월 22일 김해 구봉초에 열린 첫 교사 교육과정 세미나
고맙게도 60명이 넘는 경남 선생님들께서 구봉초 어울림실을 가득 채워준 이날, 먼저 양재욱 선생님의 발제가 이루어졌다.
"행복학교 10년을 지나면서 관통하는 것은 결국 교사의 철학이다. 그리고 그것이 반영된 수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모든 것은 교사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이런 동의를 모아가야 물결이 되지 않을까. 그래야 우리가 받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이 세미나는 출발한다."
양재욱 선생님이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안했다. 지금의 교사에게 사회 효율적 교육과정, 행동주의적 학습, 과학적 측정에서 구성주의적 학습과 교육과정으로 어떻게 넘어가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고 주장했다. 전자는 피지배자를 양성하는 교육이고, 짐승을 훈련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을 적용한 것이며 그렇기에 평가하여 줄을 세우고, 획득에 집중한다.
이에 비해 후자는 학생을 주도적으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교사가 주도적일 때만 가능하다. 결국 '인간'이다. 존재와 존재 사이, 즉 관계 속에 사람이 존재한다. 그래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그 속에서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내면의 성장이 중요하며 존재의 확립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양재욱 선생님은 우리 교육 혁신의 필요 조건은 ‘교사 철학의 확립’이라고 역설했다.
철학과 가치가 없다면 도대체 어디에 도달하는가? 교과서에 도달하나? 도달할 곳은 교사의 철학과 가치이다. 가치가 반영된 것이 수업이다. 그렇다면 교과서만으로 가르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교사의 철학과 가치에 맞게 수업을 바꾸면 학생에게 변화가 생긴다. 예전 선배님들은 교육의 효과는 30년 뒤에나 나타난다고 했지만, 개똥! 3초 후에 바로 나타난다. 우리는 교사의 철학이 반영된 수업을 봐야 한다. 그리고 학생의 변화와 교사 자신의 변화를 살펴본 성찰을 통해 다시 철학이 깊어진다. 이것이 교사 교육과정이다. 나의 교수 행위와 나의 철학과 아이들의 삶을 살펴보고 기록해야 한다. 이것이 교사 교육과정이고 역사이다. 그 역사의 끝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한다.
혁신의 충분조건은 ‘교사, 세상의 중심에 서다.’이다. 굳건하게 선다는 것은 철학을 가진다는 것이며, 철학을 가진다는 것은 주도력을 가진다는 것이며, 주도력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묻고 또 찾는다. 교사여, 당신이 가르치는 철학이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수업을 논하는 새로운 입장을 간명히 제시했다. “수업에 대해서? 아니 수업을 통해서다.” 지금껏 수업에 관한 이야기는 형태만 달라졌지 수업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것에 국한되었기에 이젠 교사의 존재를 중심으로 교사 교육과정을 바라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수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이다. 그래서 수업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어떤 내용을 다루었는지, 얼마만큼 아이들이 습득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했고 어떻게 변했는지, 교사는 또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라 밝혔다. 이제야 비로소 수업에 대해서가 아니라 수업을 통해서 이야기할 시간임을 주장하며 오늘 세미나의 의미를 바로 세웠다.
김미현 선생님, 요즘 어떤 수업을 하고 있나요?
발제에 이어 김미현 선생님의 수업 이야기가 이어졌다. ‘요즘 어떤 수업을 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선생님이 찬찬히 자신의 수업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활동을 십여 분 동안 발표했다. 그리고 참여자들의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선생님 수업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무엇입니까?’ 에 대해 ‘참여’라고 답하였다. 참여는 자신을 바로 세우고 세상과 연결되어 살아가며 행복해지는 일이다. 참여를 바탕으로 한 수업의 가치는 ‘즐거움’, ‘소속감’, ‘협력’, ‘기여’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또 요즘 어떤 수업을 하고 있는지, 그 수업에서 선생님의 욕구나 그때 마음, 말, 반응을 묻자 숫자 공부 후 눈치 게임을 하며 계속 실패했던 모습을 이야기했다. 우리 반이 하나 돼서 뭔가 이루어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귀여워 보였고 그제야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고 답하였다.
‘선생님의 철학으로 성장하는 수업, 그리고 아이들의 변화’를 물으니, 스스로 중심을 잡은 후부터는 평소에 열심히 하던 한글 공부 같은 것도 더 도전적으로 재구성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낱말을 아이들이 찾게 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글 공부를 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낱글자의 모양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였다. 어떤 아이는 'ㄹ'을 활용해서 마을을 나타냈고 자기 생각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그 활동에 대해 자꾸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단순히 칠판 앞에 그림을 걸라고 했을 때도 아이들은 자기가 그린 그림에 대해 서로에게 설명해주는 것이 아닌가! 자기 생각과 삶이 담기니 더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더 깨닫게 되었다. 도전 활동과 놀이 활동에 집중하는데, 이런 활동에서 보이는 모습 중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경쟁'과 '보상(이거 하면 뭐 줄 거예요?)'이다.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후 아이들은 놀이 활동을 하면서도 서로를 유심히 관찰했던 것 같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참여하지 못한 아이가 누구인지 서로에게 알려주었고, 그러면 그 아이가 참여하도록 도왔다.
‘선생님의 철학이 반영된 프로젝트 수업, 그리고 교사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는지 구체적으로 탐구하면서, 그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나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 학교 탐험 프로젝트를 할 때 여기가 교무실이야, 여기가 교장실이야 설명하는 교사 뒤를 그냥 병아리처럼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도전해보도록 모둠을 짜고 아이들끼리 보냈더니 다 성공했다. 이때부터 나의 마음이 확 열렸다. 아이들에게도 도전이었지만 나에게도 도전이었다. 동학년 선생님, 학부모, 마을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 교사인 나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더 연결된 공동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로 실천하는 과정에서 깨닫는 것이 더 많았다며 교사의 수업 철학과 이어지는 수업의 형태, 아이들의 변화, 동료 교사와의 협력으로 연결되는 것을 설명했다.
안현정 선생님의 ‘꽁꽁 싸매 두었던 내 수업 보따리’
다음으로 안현정 선생님의 ‘꽁꽁 싸매 두었던 내 수업 보따리’ 수업 철학 발표가 이어졌다. ‘선생님의 수업 철학은 무엇입니까?’에 대해 ‘살아있음’이라고 했다. 안현정 선생님은 수업에서 아이들이 ‘살맛’을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내가 나로서 존재해도 있는 그대로 의미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수업하고, 살아있음을 바탕으로 한 수업의 가치는 ‘민주성’이다. 학교생활의 8할이 수업이므로 무엇보다 수업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교사'라는 권력자가 아닌 학습자가 주도하도록 수업을 기획하려 애쓰고 있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선생님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이라고도 했다.
안현정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과학 수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과학을 왜 배우는가에 대한 질문에 아이들은 먼저 궁금한 것이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래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배울 것인가로 질문을 바꿨다. 3학년 동물의 한 살이 단원의 내용은 동물의 암수 생김새와 역할 알아보기, 배추흰나비 한 살이 관찰 계획하기, 여러 가지 곤충의 한 살이 알기, 새끼를 낳는 동물의 한 살이 알기,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동물의 한살이가 나오는데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학생들과 함께 다시 정리했다. 아이들은 배추흰나비의 한 살이 중 암수의 역할과 생김새를, 오스트레일리아 동물의 한살이보다 동물이 감정 표현하는 방법을 더 알고 싶다고 했다. 주변의 참새, 개, 고양이, 거북이와 함께 잘 지내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학습 방법도 학생들이 찾도록 했다. 학생이 수업의 주인이 되니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이 없었다. 통제 변인과 조건 변인을 찾아 추가 실험도 하고 실험 보고서도 신나게 썼다. 단원이 끝나고도 아이들은 상추 위에 무당벌레와 다른 나비의 애벌레를 들고 오는 등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을 받아서 수업을 이끌어간다는 건 아주 많은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전혀 모르니까요. 선생님은 어떤 생각으로 아이들의 질문과 이야기를 듣고 계실까요?”
“제 답은 되게 우둔한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이 질문을 할 때 생각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저의 판단과 저의 경험으로 그 아이의 질문을 왜곡하는 순간이 항상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질문을 받아들여 수업을 기획하는 것의 출발점을 제시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 중심 수업이나 배움 중심 수업을 강조했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학생 주도로 넘어가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업을 참관해보면 한 개라도 더 가르치겠다, 수업의 주도권을 내어놓지 않겠다 하는 욕구가 여전히 보인다. 선생님께서는 그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퍼실리테이터로서의 교사의 역할에 집중하고 계시는데, 그것을 무엇이라 명명하시는지, 또 그런 수업을 할 때 선생님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수업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미로 '수업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아이들 나름의 빛깔을 받아들여야 해서 반별로 수업이 다릅니다. 예컨대 1반의 경우 질문 중심 수업으로 지구와 달의 운동을 얘기하고 있다면, 2반은 프로젝트로 진행하는데 운동장에서 지구 달 태양이 되어 운동해 보는 실험 계획을 세웠어요. 그리고 오개념을 해결하기 위해 척도의 개념까지 쓰기도 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다양성을 포괄하는 데 있어서 교사가 무지 바쁘고 힘든 건 사실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수업하는 선생님의 철학과 삶에 감동과 감탄으로 세미나가 마무리되었다.
다음 세미나 기획을 위한 선생님들의 제안도 있었다. 먼저 모둠을 만들어 소규모에서 이야기를 나눈 후, 발표한 두 선생님이 함께 무대에 올라 전체와 공유하고 질문과 토론으로 이어지는 진행 방식의 변화 제안이 있었다. 송곳 같은 질문이 나오기까지, 또는 교사의 삶을 반추한 진짜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충분한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운영할 때 유의해야 할 점도 이야기했다. 교사 철학 세미나가 교사 존재를 세우는 세미나가 되기를, 또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이 교사들에게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2,3차 세미나 내용은 가을, 겨울호에 연속하여 실을 예정임.)
2024 여름호 목차
1. 시론
2. 특집
3. 포럼&이슈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
7. 이 책 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