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뷰 / 오향옥_새넷연수위원회(인천효성고등학교)
안녕하세요. 오향옥 선생님. 연수위원회에서 활동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티쳐뷰로서 선생님을 처음 만나뵐 선생님들을 위해 소개 부탁립니다.
인천 효성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고, 과목은 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독서교육에 조금 더 관심이 많이 있어서 독서교육을 재미있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책놀이를 연구하는 교사모임에 같이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국어선생님께서 놀이를 한다고 하시니 신기합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놀이를 한다고 하면 신기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책놀이를 연구하는 교사모임은 전국학교도서관모임의 책놀이연구분과와 인천 책친구가 있어요. 일반적으로 책놀이 사례를 찾아보면 특정한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책의 내용과 관련된 독후 활동을 재미있게 구성하는 형태로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희 공부 모임에서는 어떤 책이든 읽고 두루 적용할 수 있는 형태의 책놀이, 규칙은 단순하면서도 친구들끼리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책놀이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고민이 쌓이고 확장되어 현재는 책놀이뿐만 아니라 수업놀이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책놀이는 재미있습니다!
그런 차이가 있군요. 조금 있다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 활동하시는 새넷 연수위원회는 어떤 곳인가요?
연수위워회는 크게 3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여름과 겨울 연수 준비입니다. 여름에는 새넷 활동가 선생님들이 참여하시는 ‘여름 새넷 활동가 워크숍’이고, 겨울에는 새넷 회원 선생님들이 보다 많이 참여하실 수 있는 ‘겨울 새넷 정회원 연수’입니다. 둘째는 지역모임의 연수비를 지원하는 일입니다. 보다 많은 지역에 혜택을 드리기 위해 2023년부터 지역당 40만 원씩 6개 지역을 지원하는 방식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사 인력풀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지역에서 검증된 강사분들을 보다 쉽게 찾아보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작업입니다.
연수위원회에는 연수위원장이신 이성희 선생님을 포함하여 4명의 선생님이 함께하시는데요. 저희가 모두 인천 지역의 중등 교사라서 아마도 어떤 연수 준비팀보다 팀워크는 최강일텐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다양한 지역의 초중고 선생님이 다채롭게 섞여 있지 못한 것입니다.
사실 지원센터에서 연수위 오향옥 선생님을 티쳐뷰하는 까닭이 있어요. 지난 6월 활동가 워크숍에 참여한 선생님들께서 워크숍이 참 좋았다고 거듭 말씀하십니다. 이런 열광적인 환호가 드문데 선생님이 생각하는 연수의 전체적 분위기는 어떠셨어요?
전체적으로 뭐라고 해야 할까요? 되게 편안하면서도 오랫동안 기다린 시간이었어요. 워크숍 그날이 날씨가 안 좋았어요. 날씨가 안 좋으면 약속에 가기 싫은 마음, 취소되고 싶은 마음도 들 때가 있잖아요. 근데 그날 느낀 것은 비가 오는데도 좀 꼭 보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인 느낌! 강원도 지화도 선생님께서 “이날만 기다렸잖아.” 라고 표현해주셨어요. 저도 반가움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랜 기다림의 반가움 등이 있어 좋았어요.
좀 더 안으로 다가가 여쭙겠습니다. 연수위는 활동가 워크숍의 목표를 무엇으로 세우셨나요?
네. 지난 겨울에 전국 새넷 연수를 했었는데 그때 유재 선생님께서 새넷의 방향성에 대한 발제를 하셨어요. 새넷의 방향성을 발제로 던지셨을 때 그럼 새넷이 가야 할 방향, 가야 할 길을 구체적으로 모색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고, 저희 연수위원회 샘들도 공감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6월 워크숍에서는 방향을 찾고 구체적으로 할 일을 토의해보자! 라고 새넷 운영회의에서 결정하셨고, 그것에 도움이 될만한 워크숍을 기획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역할별 그룹을 지었어요. 이사와 지역 대표가 모이는 그룹, 사무국장, 총모, 조직국장이 모이는 그룹과 정책과 연구 관련 그룹, 연수 그룹 등 각 지역 새넷에서 하시는 역할에 따라 모둠을 나누어 토의를 했습니다. 지난번 겨울 연수에서 새넷의 길을 물었다면 이번 활동가 워크숍에선 길을 찾는 내용들이 구성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많이 드리기 위해 연수위원회에서 함께 고민했습니다. 또 하나는 지역과 함께 준비하는 워크숍을 만들자였습니다. 그래서 지역문화탐방을 대구새넷에서 준비해주셨어요. 마침 대구새넷에서 대구의 근대문화 골목길 투어를 선정하고 그 지역의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시고, 맛집도 예약해 주시고, 물도 시원하게 얼려서 준비해주셨어요. 서로 성장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마당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걸 보고 저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는 연수위원회 샘들의 공통된 마음인데요. 새넷 활동가 선생님들의 둥지 같은 워크숍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여름 활동가 워크숍에 오시는 선생님들은 대개 학교 현장에서 늘 연수나 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다른 선생님들을 챙기시는 역할을 하시는데... 새넷 워크숍에서는 둥지에 돌아와 환대받으며 쉬는 것 같은데도 돌아가실 때는 오히려 마음은 알차게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연수위원회의 따뜻한 기획이었네요. 그럼 연수위원회에서 평가한 결과는 어떠셨는지요?
방향에 맞게 활동들이 잘 진행이 되었다고 평가했어요. 그러니 선생님들께서도 좋았다고 말씀하시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근무하는 학교는 아직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대충 수긍하고 대충 따라야하는 일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모둠별로 토론을 하면서 말씀도 잘하시고, 서로의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며 함께 길을 찾고자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어요.
혹시 오향옥 선생님께서 가장 좋았던 시간을 꼽으신다면요?
처음 워크숍을 시작할 때 보물찾기를 했어요. 선생님들이 이리저리 다니시고 구석구석 보시면서 작은 보물 쪽지를 발견하고 아이처럼 즐거워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고, 작은 일에도 즐거워 해주셔서 저희 연수위원회 샘들도 감사했어요.
연수위원회로서 다음 연수시에 꼭 추진해보고 싶은 과정, 활동, 강좌가 있다면 미리 살짝 소개해주시겠어요?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새넷 겨울 연수예요. 인천, 부산, 경기 등에서 팀 리더십 연구분과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어요. 팀 리더십 관련하여 연구된 자료를 같이 나누고 실제 학교에서 적용할 수 있는 활동 등을 해보면 좋겠다는 의견과 책놀이에서 확장된 수업놀이 중에서 교육과정 평가회라든지 각종 학교의 활동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놀이를 함께해 보는 연수를 해 보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겨울 연수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연수위 활동을 하시며 손꼽는 기억이 있으시다면요?
저희가 작년 전주에서 활동가 워크숍을 할 때에는 ‘전국샘 친구만들기’ 이벤트를 했어요. 전국에서 여러 선생님들이 오시니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말랑말랑한 분위기도 만들도 싶었어요. 그래서 이름표 목걸이 뒤에 한번이라도 대화를 한 선생님의 사인을 받는데, 몇 명 이상의 사인을 받으면 선물을 드리는 이벤트였는데, 선생님들께서 기대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셨고 그 활동을 즐거워 하셨어요. 저희 연수위원회가 처음 준비한 것이 전주 활동가 워크숍이어서 더 기억에 남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 시작할 때 학교를 간단히 소개해 주셨는데 조금 자세히 학교와 아이들을 소개해주실 수 있으세요?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과학중점학교에요. 과학고는 아니고 과학교과 중심의 교육과정을 많이 할 수 있는 학교입니다. 그리고 남녀공학이에요. 최근에 고교학점제가 확대되면서 아이들의 선택과목 등이 다양해지고 많아졌어요. 남녀공학이라도 예전에는 남녀 합반이 아니었는데 최근에는 선택 과목의 폭이 넓어지면서 남녀 합반으로 구성할 수 밖에 없게 되었는데, 작년과 달리 아이들이 학교 올 때 설레임이 많아졌더라구요. 제가 담당하는 2학년 아이들도 작년에는 남녀가 분반된 상태였는데, 2학년이 되어 합반이 되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작년과 분위기가 다르다. 아이들이 좀 더 순해지는 모습도 보이고 그런 청춘 드라마, 하이틴 드라마처럼 좀 더 낭만을 즐기는 모습들이 보인다고 해요. 남학생, 여학생 구분하지 않고 잘 어울리고, 대개의 아이들이 착한 편이고, 공부는 아주 잘하지는 못하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많은 요런 모습의 학교입니다.
이번 일학기 아이들과는 어떠셨는지요? 소중한 기억이 있으시다면 나누어 주시겠어요?
저는 이번 1학기에 2학년 8개 반의 문학 수업을 2시간씩 들어갔습니다. 작년에는 고3을 담당하다가 올해는 2학년 문학 수업을 하게 되어 심적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BTS 책놀이를 해보았는데 이 활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BTS가 무슨 뜻이나면 ‘Books toward sloutions’ 의 약자인데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걸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만든 책놀이입니다. 좀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들이 고민을 명함 크기의 종이에 적어 내요. 하나는 가벼운 일상적 고민, 다른 하나는 약간 진지하거나 말로 꺼내기 어려운 고민을 적도록 안내합니다. 저는 그걸 다 모아 한쪽 책상에다가 뒤집어서 깔아놓은 후에 학생 한 명을 불러서 고민 카드가 있는 곳으로 나오게 합니다. 이 학생이 그 라운드의 진행자가 되는데, 이 진행자가 고민 카드를 뒤집어 보고 자신도 공감할 수 있는 카드를 하나 고른 후에 그 고민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은 그 고민을 듣고 본인이 해주고 싶은 말을 미리 골라 두었던 시집에서 발견하면 BTS를 외칩니다. 이때, 제일 처음 BTS를 외친 사람이 나오면 타이머로 1분을 맞추고, 그 제한 시간 동안 나머지 사람들도 해주고 싶은 말을 시집에서 찾고 발견하면 BTS를 외칩니다. 1분이 지나면 제일 먼저 BTS를 외쳤던 사람부터 자신이 갖고 있는 시집명과 시인을 말한 후에 시집에서 발견한 구절을 읽고, 그 구절을 고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합니다. 그러면 진행자는 발표한 사람들의 말을 간단히 메모해 두었다가 발표가 다 끝나면 제일 도움이 되었거나, 마음에 위로가 되었던 사람을 한 명 선택합니다. 발표자는 하트 1개, 선택받은 사람은 하트 2개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선택받은 사람은 다음 라운드의 진행자가 되어 앞의 활동을 반복하는 책놀이입니다. ‘이번 주말에 친구들이랑 뭐하고 놀까?’ 같은 일상적 고민부터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같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까지 다양한 고민을 접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시집에서 찾고 발표하는 활동을 놀이처럼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게 됩니다. BTS활동 후에 아이들에게 이런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시집은 한 번도 읽어본 적 없었는데 시집도 읽어볼 만 하구나.’, ‘시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 친구들의 고민에 도움이 되는 구절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친구들과 고민 이야기를 진지하게 해 본적이 없는데 그런 고민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나만 그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도 나랑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위로가 되었다.’, ‘어떤 친구는 A라는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았는데, 또 다른 친구는 B의 관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조언을 해주는 것도 신기했고,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선생님의 수업 스타일이 너무 좋아요. 이런 수업 많이 해주세요.’, 같은 피드백을 읽으면서 저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시가 읽어 볼만하다는 걸, 문학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걸 100번 말하는 것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스스로 느껴볼 수 있도록 하는게 의미있구나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어서 이 수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 설명이 장황하여 수업의 장면이 잘 그려지실지 모르겠어요. 어떤 수업인지 짐작이 되시나요?
그럼요. 저도 아이들과의 수업만이 아니라 워크숍에도 해보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국어 수업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나게 해주네요. 혹시 선생님께서 추구하는 수업의 가치가 있으신지요?
저는 고등학교 국어교사이기 때문에 어쨌든 아이들 입시를 빼놓고 갈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는데 그래도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수업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근데 알참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알찬 수업이라고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그런 수업을 하고 싶어서 계속 좌충우돌하고 있고 그래서 책놀이 모임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도 해요. ‘나는 너희가 1등급 받는 것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요. 사실 책이 좋다는 것을 아이들이 제대로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으니까 그런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 욕심이 크죠!
요즘 교사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이 어렵다고 하잖아요. 교사인 나에게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뭔가를 특별히 다짐하고 그러는 편은 아니라서 지금 떠오르는 말이 없는데요. 생각해 보니까... 올해 저는 담임반 아이들에게 개학하는 첫날 꽃 모양 볼펜에 ‘2024 서로에게 꽃’ 스티커를 붙여서 선물로 주었는데요. 서로가 서로에게 꽃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고맙고 귀한 선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도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는 경험을 하는 1년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저도 정년까지 아이들에게, 동료에게 꽃처럼 고맙고 귀한 선물같은 존재로 행복하게 현장을 지키는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 시간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 여름호 목차
1. 시론
2. 특집
3. 포럼&이슈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
7. 이 책 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