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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n 22. 2022

직접 보고 겪어봐야 알지.

吃一堑,长一智

탁구를 배운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주말마다 자세도 고쳐주고 팁도 알려주는 아들의 특훈 덕분에 난 제법 공을 받아 칠 수 있게 되었다. 그저 사춘기 아들과 잘 지내보고자 시작한 탁구인데 상냥하고 세심하게 가르쳐주는  감탄 중이다. 나이스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는데 왠지 안심해도 될 듯싶다.


근데 문제는 남편이다.

나와 아들이 탁구 치는 장면을 한참 동안 지켜보더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트린다.

그 웃음에 빈정이 상한 나는 발끈해서 눈을 흘긴다.

그러면 남편은 말없이 핸드폰을 들어 아이와 내가 탁구 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는다.


이런.

얼굴이 화끈거린다.

화면에는 보기 흉할 정도로 엉성한 포즈로 서서 탁구를 치는 내가 있다.

순간 남편이 너무 얄밉다.

이 남자는 안다. 입 아프게 말해봤자 나한테 좋은 소리를 못 들을 거라는 걸, 그냥 직접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걸 말이다.

남편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도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

하지만 직접 제 눈으로 보고 나서야 내 폼이 얼마나 어색한지, 라켓이 어디에 가 있어야 하는지, 나는 로소 잘못된 점을 찾아낸다.


통역을 공부할 때도 그랬다. 매번 자기가 한 통역을 녹음해 들어봐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선 내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오글거리고 부끄럽고 거기에 형편없이 해 놓은 통역 내용에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

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잘못된 발음과 표현을 찾아내고 내일 좀 더 나은 통역을 할 수 있다.


사춘기 아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 때가 있다.

이럴 때 나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이보다 더 상황이 악화돼 아이가 엄한 고생을 하지 않도록, 나와 아이의 소모적인 신경전이 오가지 않도록 말이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어차피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

该发生的事终究会发生,不管你是否为此感到焦虑

걱정하든 안 하든 벌어 일은 벌어지게 되어 있다.


백날 잔소리해봤자 다 부질없다.

나도, 아이도, 인생에서 다가오는 매 순간,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직접 겪어내는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잘못과 시행착오를 직접 보는 것 자체가 괴롭고 힘들겠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만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내 엉성한 포즈를 따라 하고 동영상을 찍는 남편이 괘씸하긴 하지만

뭘 좀 아는 사람이긴 하다.


吃一堑,长一智。

실패한 만큼 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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