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에 워터파크 슬라이드 첫 체험
나는 해병대를 나왔다.
하지만
물이란 것은 본래 마시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선배들이 귀신을 많이 잡았다는데
우리집 물귀신들은 못 잡았다고 한다.
스릴을 피하는 남자인 나는 그렇게 나이 40에 워터파크 슬라이드를 처음 경험했다.
아버지의 칠순 기념 속초 여행
한 리조트의 워터파크에서 얼떨결에 평소의 신념이 무너졌다.
형, 형수, 조카는 물귀신들이다.
바다와 워터파크를 가리지 않고 나를 물에 절게 하더니 기여코 워터슬라이드에 나를 밀어넣었다.
정확하게는 그들의 뽐뿌질에 당한 것.
평소 집 앞 놀이터 미끄럼틀 정도의 스릴이 내게는 딱이라 생각했다.
놀이공원의 수많은 놀이기구가
나를 외면한 것인지 내가 외면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데면데면한 것처럼
워터파크의 슬라이드는 내 삶에 없었다.
스릴을 즐기는 물귀신들에게야 으레 있는 일이지만
나는 내 스릴의 역사을 기록하고자 소회를 남긴다.
워터슬라이드
공중에 붕 뜨는 듯 속이 철렁하는 느낌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탈 때 아주 짧게 왔다가는
그 느낌을 꽤 길고 강하게 느껴야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딸과 함께 타는 놀이터 미끄럼틀이 나의 적정 스릴 감도다.
급회전, 급강하
물살과 함께 미끌어지는 스피드
빠른 속도와 예상치 못한 변화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마지막에는 물 속으로 빠져들었다.
코를 막지 않으면 코에 물이 들어가고
물은 필히 먹게 된다.
이런걸 물귀신들은 계속 뺑뺑이를 돌았다.
나는 난이도가 조금 낮아보이는 슬라이드를 우선 탔고(그마저도 무서웠지만…)
급강하 후 원통에서 뱅글뱅글 돌다가 2m 풀로 떨어지는 슬라이드도 한참을 바라만 보다가 물귀신들의 뽐뿌질에 못이겨 결국 타게 되었다.
그렇게 2종의 슬라이드를 모두 체험한 후에야 그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자유!
얻은 교훈은 이거다.
무섭든 두렵든 간에
워터 슬라이드는 일단 출발해서 미끄러지기만 하면
무조건 끝까지 내려간다.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
그 과정에서 급회전을 하든 급강하를 하든
물이 튀든 물을 먹든 어떻게든 끝이 난다는 것.
무섭고 두려운 것도 일단 부딪혀 끝내는 태도를
워터 슬라이드를 통해 배웠다.
일단 원통에 몸을 던지면 끝난다.
배웠으니 됐다.
다음에는 안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