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아래로도 가능한가요?
체육교사가 되기 전, 참 많이도 점프를 했다.
‘도약’이라는 건데, 위로 뛰거나 멀리 뛰거나 하는 걸 말한다.
방향은 항상 위 혹은 앞.
체육교사가 되고 나서는 점점 도약할 일이 없어지고 있다.
물리적으로 높이 뛰거나, 멀리 뛰는
필요나 욕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물리적 도약보다는
심리적 측면의 도약에 관심이 생긴다.
사람은 감정적 동물이고, 삶은 결국 감정이기 때문이다.
감정 때문에 울고 웃고,
심지어는 죽고, 죽이기까지 하는 거 보면
인간의 감정보다 강력한 것이 있나 싶다.
조금 더 가볍게는
우리가 하는 일, 먹는 일도
따지고 보면 기분 좋으려고 하는 일이다.
그런데 삶을 살아보니
예전처럼 도약은
막연히 위로, 앞으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어릴적 늘 해오던 물리적 도약과 달리,
체육교사의 삶은, 그 방향은
아래로도, 뒤로도 뛸 수 있다.
퇴보(退步)가 아니라
'퇴주(退走)', '퇴약(退躍)'인 셈이다.
교육과 교사를 말할 때 자주 회자되는 말이 있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탄 것과 같다. 만약, 그대로 가만히 있다면 계속 내려갈 것이다. 지속적으로 자신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이유다. -바브로 홈크비스트 교장, 스웨덴-
이말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경험이 쌓일 수록 성장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성장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는
알거나 측정하기 어렵고
기술적 측면, 노련함 등이 향상되었더라도
정작 중요한 건
성장하고 있다는 감정, 유능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경력이 쌓여도 심리적 측면 즉 자존감이나 정체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힘이 든다.
아니 오히려 초임, 첫학교 시절이 자신감, 자존감, 정체성이 높았던 것 같다.
이후로는 버티기, 끌어올리기, 채념하기 등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글쓰기는 그 전략 중에 하나이다.
불안한 마음을 다 잡는 데 꽤나 유용하다.
붕 떠 있는 마음을 글로 몇 자씩 적어내려가다보면 아이러니하게 기분은 올라간다.
여지껏 써왔던 글이나 수업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지나온 길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것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과정이다.
지금 쓰고 있는 글 또한 미래에 감정을 다 잡는 데 도움을 줄테다.
도약은 뒤로 혹은 아래로도 가능하지만
그래야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음을
앞으로 한발짝 나아갈 수 있음을
오늘도 쓰면서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