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8년 차, 어엿한 아줌마가 되었다. 몇 년 전 처음 '아줌마' 소리를 들었을 땐 화들짝 놀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군데군데 기미가 올라온 화장기 없는 얼굴, 두툼하게 올라온 승모근, 푸짐한 팔뚝, 두둑한 뱃살, 거대한 엉덩이, 튼튼한 종아리와 발목, 그리고 그 위에 포대자루처럼 대충 걸친 벙벙한 빅사이즈 원피스. 거울 속 나는 누가 봐도 영락없는 아줌마다.
언제 이렇게 살이 쪘지? 결혼 전 나는 다이어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늘 마른 몸을 유지했고, 언제나 다른 여자들의 부러움을 사곤 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8킬로가 늘었다. 출산과 육아 때문인가? 집에만 있으니 편해서 그런가? 혹시, 나잇살 아닐까? 아마도 전부 다일 것이다. 1년에 1킬로씩 찐 셈이다. 역시 결혼은 위험하다.
예전에는 눈썹, 아이라인, 립스틱 등 풀메이크업을 하지 않으면 집 앞 편의점도 가지 않던 내가, 이제는 씻지도 않은 채 모자 하나 푹 눌러쓰고 몇 시간 걸리는 거리의 장소도 잘만 돌아다닌다. 높은 굽에 뾰족한 하이힐은 진작에 내다 버렸고, 운동화를 주로 신는다. 발바닥, 발목, 무릎이 아파서 어쩔 수가 없다. 샌들도 버겁다. 여름날 쪼리 하나 신고 배낭여행을 다니던 젊은 날의 내가 아련하게 떠오른다. 옷장에 있던 수많은 미니스커트들과 핫팬츠들이 자취를 감춘 것도 오래다. 두꺼워진 종아리를 숨기려면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스커트는 필수다. 20대 때 빈약한 가슴을 커버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늘상 착용했던 뽕브라들도 몽땅 쓰레기통행을 면치 못했고, 그 자리는 노와이어 심리스 브라들이 차지했다.
그래서 이제 외모관리는 아예 놓아버렸냐고? 아니다. 나름의 관리를 하고 있다. 어릴 때처럼 뼈말라를 추구하진 않지만, 바른 자세와 균형 잡힌 신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말이다.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진 않지만, 예전과는 달리 선크림을 꼼꼼하게 바른다. 네일이나 패디큐어를 하진 않지만, 매일같이 손발에 로션을 바르고 손발톱을 정돈한다. 더 이상 겉치장에만 집착하지 않고, 이너뷰티를 지향한다.
무조건 유행만 따르던 지난날의 나와 달리, 내 체형과 이미지에 맞는 옷을 입는다. 요즘은 스트레이트형, 내추럴형, 웨이브형으로 체형을 분류하는 것이 유행이다. 내 경우 허리는 얇고 하체는 튼튼한 웨이브형이라 허리를 강조하고 하체를 커버하는 옷을 입으면 찰떡같이 어울린다. 사람마다 제각각 어울리는 옷이 다르다. 모든 몸이 본연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타고난 몸을 바꿀 수는 없으니, 내 몸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고 단점은 커버하고 장점은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을 때에는 이런 것은 꿈에도 모르고 단점이 강조되는 옷들을 잘도 입고 다녔다.
1년에 350일 정도는 트레이닝복에 모자, 운동화 차림으로 다니지만 모임에 나갈 때는 정성껏 치장한다. 예전처럼 진한 메이크업을 하지도 않고, 예쁜 대신 불편한 옷들을 입는 것도 아니지만, 한 듯 안 한듯한 청순메이크업과 꾸안꾸룩으로 내 본연의 미를 뽐낸다.(예, 제 생각일 뿐입니다. ) 어쩌다 한 번 꾸미는 만큼 재미도 있고 치장한 나를 마주하면 자존감도 올라간다. 그런 날은 꼭 셀카를 남겨둔다.
아이에게 결혼 전 내 사진을 보여주며 묻는다.
"이거 누구게? "
"누구야? 모르겠는데? "
"엄마잖아. "
"이게 엄마라고? 너무 예쁘고 날씬한데. "
"지금은 안 예쁘고 안 날씬해? "
"아니, 그런 건 아닌데. "
"그럼?"
"이때는 예쁘고 지금은 귀여워. "
고마워, 내 사랑. 너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