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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연남동

by 미나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행인 없이 홀로 카페를 방문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였던 나에게 실로 역사적인 날이었다.

내가 카페를 혼자 오다니!

혼자 오니까 이렇게나 좋잖아.

이제는 막 식당에 가서 혼밥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여전히 혼밥은 못 한다.

차라리 굶고 말지.




연휴 전, 오랜만에 방문한 연남동.

볼 때마다 이 낡고 오래된 아파트가 이상하게 정감이 간다.

봄에는 담벼락에 장미꽃이 예쁘게 핀다.




동네 곳곳에 예쁜 카페들이 있다.

이곳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식물로 가득한 카페.




여기도 예쁘다.

크리스마스 때 예쁜 트리로 유명하다.




당장이라도 앉고 싶은 정원을 소유한 카페.

혼자 앉기에는 좀 관종스러울 것 같아서 포기.

다음에 친구랑 꼭 같이 와서 수다 떨어야지.




예전부터 가고 싶었는데, 항상 손님으로 가득 차 있어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야 했던 카페로 들어선다.

오늘은 자리가 꽤 있다.




주문을 하고 볕이 드는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

곧바로 패드를 꺼내고 책을 읽는 척한다.

혼자 카페에 앉아있는 것이 사실 아직도 좀 어색하다.


카페 안에는 두 팀이 있다.

한 팀은 성실하게 서로의 사진을 찍어준다.

신경 안 쓰는 척 하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내가 프레임에 걸리면 어쩌지?

방해가 되려나?

자리도 옮겨준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포즈를 취하지?

부럽다.

난 왜 카메라 앞에만 서면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뚝딱거릴까.





어느덧 두 팀 모두 나가고 카페에 혼자 남았다.

좁은 공간에 사장님과 둘만 남으니 뻘쭘하다.

다음에는 사장님이 나를 볼 수 없는 커다란 카페로 가서 구석에 숨어있어야지...


언젠가 거실 중앙에 놓고 싶은 커다란 원목테이블을 찜콩하고 카페를 나선다.




오늘도 평화로운 연트럴파크.

진짜 이름은 경의선숲길이었던가.

아무래도 연트럴파크가 입에 딱 달라붙는다.




사진에는 대추만하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커다란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감나무를 좋아해서 만날 때마다 카메라를 들이댄다.

감나무를 왜 좋아하지?

딱히 좋아할 이유도 없는데.

생각해 보니, 열매가 있는 나무라면 다 좋다.

서울에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감나무 밖에 없을 뿐.

어째서...?

다른 과일나무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으며 오늘 산책은 마무리.



다음 화는 요즘 이효리 요가원으로 핫한 연희동으로 갑니다.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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