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롭게 산책기를 써보겠다고 했지만,
막상 또 의무적으로(?) 산책을 하려니 왠지 하기가 싫고,
생각보다 단풍이 더디게 들어서 나갈 맛이 안 나고,
거기에 브(런치)태기까지 겹쳐 연재를 게을리하게 되고 말았다.
(혹시 기다려주신 분이 계시다면 사죄드립니다. 꾸벅. )
연재를 위한 억지산책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다시 산책이 하고 싶어 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날이 너무 좋았다.
군데군데 단풍도 꽤 물든 것 같아 마음도 살랑살랑하다.
그래서 연희동에 다녀왔다.
목적지는 예전부터 찜해놨던 LP카페.
주택을 개조한 카페로 공간이 널찍널찍하다.
그러니 혼자 가서 앉아 있어도 사장님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사장은 없고 직원만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동행인 없이 홀로 자리에 앉아 있다.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며 멍을 때린다.
연남동은 1인 손님이 거의 없는 편인데, 연희동은 반대다. 옆동네지만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연남동은 좀 더 아기자기하고 활기찬 감성, 연희동은 큼직큼직하고 여유로운 감성이 느껴진다.
나는 연희동을 더 좋아한다.
커다란 스피커와 높은 층고 덕분에 사운드가 매우 빵빵하다.
내가 갔을 땐 잉거마리의 노래가 카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햇볕도 받고 싶고 노래도 잘 듣고 싶어서 스피커 바로 앞 커다란 테이블 구석자리에 앉는다.
손님 없을 때 재빠르게 찍어본 공간.
다른 예쁜 공간도 많았지만 다른 손님이 이용 중이라 사진은 패스.
오후쯤 되니 단체손님들이 많아졌다.
아이 하교 시간이 되어 아쉬운 마음으로 카페를 나선다.
나오자마자 있었던 나의 사랑, 감나무.
또 다른 감나무.
주렁주렁, 너무 예쁘다.
또 감나무인 줄 알았는데, 배나무였다.(?!)
빨갛게 물든 담쟁이덩굴로 쌓여있는 건물이 예쁘다.
길을 걷다가 발견한 어느 집 은행나무.
길을 잃고 잘못 들어간 골목에서 찍은 근접 감나무.
아직은 단풍이 생각보다 적어서 아쉬웠다.
찾아보니 다음 주쯤에는 서울도 예쁘게 물들 예정이라고 한다.
단풍시즌이 되면 더 열심히 산책 다녀오겠습니다.
오늘의 산책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