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향기마을 Jan 05. 2023

내 아이 상상의 세계  들어가 보셨나요?

특별한 세계 특별한 기쁨 그리고 사랑


아이들의 생각은
어떻게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질까?



아이들이 만든 스토리 팝업북을 보며 드는 생각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자만 가장 궁금해하는 것으로는 단연코 이 질문이 가장 앞선다.


책을 접거나 팝업을 만드는 것까지는 자격증 관련 강의에서 배웠지만 아이들과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북아트 관련 유튜브 영상이나 자격증에서 다루는 것은 그야말로 책공예, 만들기이다.


만들기만 배우고 그 활용법이라 해도 이미 짜인 각본처럼 DIY구성이 되어 나온 키트대로 만들어 보는 것은 창의적이거나 상상력이라기보다 꾸미는 즐거움 정도로 한 번 해봤다고 할 만하다.

아니면 미리 책의 내용 등을 복사해 인쇄한 내용을 오려서 붙이거나 보고 옮겨 쓰는 것 또한 엄밀히 말해 창작행위라 하기 어렵다.


나는 아이들이 작가가 되어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과 팝업을 조화시켜 다양하게 접은 책 형태에 조화롭게 담아 만드는 스토리 팝업북, 즉 넓은 의미의 북아트 장르에 대한 창조적인 활동을 말하고자 한다.






어른들의 글쓰기
VS
아이들의 글쓰기



아이들의 글쓰기는 어른들이 글을 쓰거나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모든 행위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유명 동화작가가 쓰는 이야기라 해도 아이들이 써내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다.

전체적인 구성에 짜 맞춘 여러 설정부터 차이가 난다. 다시 말해 실력이나 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생각과 관점과 감정, 사소한 습관과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기억까지 매우 이질적이다.

어른들이 써내는 유명 동화나 애니메이션의 등장 인물들만 보아도 성인 소설이나 영화의 축소판처럼 그려놓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한 편의 스토리를 시작하는 그 첫 단계부터 가르치고 끄집어내는 방법이 적어도 초등생 이후와 이전이 달라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른들의 글쓰기 문법으로 아이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얻기는 어려운 이유다.


장담컨대 다른 나라는 모르겠고, 지난 20년간 만난 어른들 중에서 나만큼 아이들이 쓴 이야기를 많이 읽은 사람는 없을 것이다. 독후감이나 대학 입시에 가서 칠 논술 시험을 대비하는 모든 글을 제외하고 누가 아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단 말인가.


아이들의 글쓰기의 기준이 논술인 우리나라는 특히 그 편차가 심한 편이다.

아이들이 글쓰기는 논술이고 시험이 과제로만 그리고 모든 고전 명작을 교재로 만나는 동안은 상상력과 창의성, 창조성은 차라리 기대하지 않는 이 낫다.







질문의 마법을 뿌리며
어린 발자국을 따라다닌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아이들의 생각은 어떻게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지는지 살펴본다.


처음 이야기 쓰기를 접하는 아이들은 나이에 상관 없이 자신의 상상의 세계가 어떤 세상인지 알 필요가 있다.

무엇이 존재하고 무엇이 가능하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누가 살고 주로 무엇을 하며 어떤 나무가 자라고 무슨 냄새가 나는지 자질 구례한 것부터 알아보는 단계가 필요하다.


자신의 상상의 세계를 자주 들락거리며 어디로든 길을 낸 아이들이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무지 바람 한 점 없는 곳으로 도착한 아이들 모두 그야말로 질문의 마법, 그 힘을 발휘해야 한다.

놀면서 말로 중얼거리고 즉석에서 지어내는 웃기는 규칙 따위에 신경 쓰는, 나 같은 사람만이 발견할 만한 빵부스러기 같은 이야기들이 바로 상상의 세계에서 흘러나온 보석가루이다.


이제 막 시작한 어린 작가들의 글쓰기는 그 보석 가루들을 발견 즉시 그리게 하고 쓰게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일단 내 앞에 마주한 그 새로운 세계의 빛깔은 하늘의 별의 수만큼 다 다르고 다양하니 내가 전자책을 쓰면서도 여러 사례를 적절히 분류하여 매뉴얼처럼 알려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먼저 수많은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기본을 이야기하자면

사랑을 담은 눈으로, 관심을 채운 귀를 열고, 놀라는 표정과 즐거운 미소로 꺼지지 않는 별빛을 들고, 마주한 어린 작가의 상상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질문의 마법을 뿌리며 어린 발자국을 따라다닌다.


질문에 대응하는 어떠한 대답이라도 흘리지 말고 녹음을 하거나 받아 적거나 그림으로 그리거나 한 문장씩이라도 쓰게 하며 놓치지 않는다.

바로 그럴 때 아이들이 나를 보는 눈빛은 그대로 내 영혼을 밝히며 어느새 내 머릿속 뇌세포들을 춤추게 한다.


재밌는 생각과 기발한 해결책, 매력적인 주인공, 절로 웃음이 나는 엔딩, 눈에 띄게 숨겨진 이유, 미처 써지지 않은 문장들이 그림과 팝업 속에 틈틈이 자리하면서 어린 작가들의 책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책 한 권에 책 쓴이의 상상의 세계 일부가 조금씩 보이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매뉴얼처럼 설명을 해도 표면적인 순서만을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뭐 이리 복잡하게 설명하느냐며 상상하고 기록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싶겠지만, 위에 잔뜩 묘사해 놓은 것들을 빼면 지금껏 그랬듯이 20년 노하우를 가르쳐주어도 정작 아이들에게선 어떠한 이야기도 얻기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열린 마음으로 위의 방법을 잘 터득한다면 누구든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된다.






사랑은 서로를 주목하는 것이고,
나아가 서로를 숭배하며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



물론 어린 작가들일지라도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어른들의 출판 기획을 방불케 하는 열띤 회의와 자료 수집, 인물 간의 관계, 사건의 개연성과 전체적인 전개 방식이나 주인공의 개성과 세세한 능력까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며 깊은 고민과 함께 총력을 기울인다.


거기에 주요 이야기 장면과 적절한 팝업의 효과적인 배치, 이야기 성격과 전체 글 양에 맞는 책 형태와 크기, 페이지 수와 디자인까지 고려해서 마무리하면, 세상에 없던 완성도 높은 고퀄리티의 한 권의 세계가 탄생한다.


아이들이 무엇을 모티브로 떠올린 생각이든 스스로 이야기를 쓰고 책의 한 요소로 설정해서 그림과 팝업, 책형태까지 깔맞춤으로 완벽하게 디자인된 책은 가히 환상적이다.

눈앞에서 실제로 보면서도 정말 아이들의 작품이 맞는지 재차 되묻는 어른들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 아이가 하나하나 손수 여러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것을 본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성취감과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며 아이에 대한 실질적인 신뢰감을 가지고 응원하게 된다.

또한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이 다음 책으로의 여행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나서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된다.


내 아이에 대한 신뢰감조차 막연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말로만 믿는다, 넌 할 수 있다, 넌 잘 될 거야라는 확언이나 바람 담긴 주문보다는, 전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며 눈을 떼지 않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아이들도 부모도 성장과정을 알고 있기에 이들의 관계는 빈말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표정 하나라도 진정성을 갖게 된다.


그러니 내 아이를 또는 다른 누군가를 초짜 시절부터 꾸준히 지켜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랑이 수반된 행위이다.


즉, 아이들의 글쓰기는 이 초짜들을 사랑으로 지켜보며 그들의 생각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또한 사랑은 서로를 주목하는 것이고, 나아가 서로를 숭배하며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라는 철학자 강신주의 책 감정수업에서 나온 글귀에 오늘의 생각을 더하여 무게를 싣고 싶다.










#아이들 #스토리팝업북 #북아트 #이야기 #사랑 #글쓰기 #노하우 #글루틴 #팀라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