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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향기마을 Jan 20. 2023

이불 속에서 찾아 헤매는 보물지도

비효율의 독서

사람마다 공부하는 스타일이 다 다르다.

책을 대하는 태도, 쓰는 글의 온도와 생김 또한 그 사람을 따라간다.


책을 읽는 방법도 얼마나 다양하던지 어느 독서법 강의를 하는 자칭 유명 강사의 유튜브 강의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물론 예로부터 내려오는 여러 독서법에 대한 분류야 알고 있었지만 그걸 수익화의 일환으로 재분류를 하고 적절한 이름을 붙여 내놓은 것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다시 한번 놀랐다.


이것은 다름 아닌 독서법까지 자세하게 알려 주어야 책을 읽거나 그도 아니면 좀 더 많은 양의 책을 남보다 빨리 효율적으로 읽고 기억하기 위한 방법을 배우려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일이다.


 




어른들의  글쓰기도 그렇다.

아이들의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독서와 글쓰기 자체가 효율로 따져 익히는 것이 아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시간 대비 고효율 비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이루기 어려운 거의 모든 대단한 일들의 첫인상이 비효율적이다.


나이 든 어른들은 더 늙기 전에 빨리 읽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것일까.


내 아이 어렸을 적 20여 년 전 그때,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만들어 낸 것이 모여서 읽는 독서토론 수업이었다.


한 가지 책을 읽고 모여서 생각이나 느낀 점을 쓰고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수업이라 취지는 좋았지만, 나와 우리 아이들은 애초에 그 모임에서 정해준 책 보다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이 따로 있었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가서도 스스로 책을 고르고, 작가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질 틈을 누리며,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이 읽은 책이 얼마나 재밌는지 자랑하며 권하는 모습은, 값비싼 장난감을 들고 있을 때 보다 더 당당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스스로의 목소리로 다른 이에게 말하는 것은 누구도 뺏지 못할 자부심이고 꽉 찬 행복이라는 것을 저절로 알았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발견하고 읽기까지 이리저리 거치는 여러 단계를 모두 포함한 독서라는 공부는, 여행을 가서도 좋지만 가기 전 설렘이 더 큰 것과 비슷하 역시 기다림과 동경이 필요하다.


또한 누군가 자랑하며 읽는 것을 보고, 우연히 듣는 감상에 귀가 번쩍 뜨이고, 한 줄 글귀를 따라 책 제목까지 손에 들면 검색과 동시에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조바심 닮은 즐거움.


밤이 달리는 줄도 모르고 함께 올라 상상의 세계를 누비며 바람을 가르는 상쾌한 기쁨.


마지막 장을 만지작 거리다 곧 끝날 여정에 아쉬워하며 일부러 며칠씩 미루어 조금씩 읽는 소소한 게으름.


자야 할 시간을 넘겨 몰래 이불속에서 찾아 헤매는 신비한 보물지도.


거기에 우연히 같은 책을 본 사람을 만나 다시 그 감동과 깨달음을 나누며 서로 밑줄 그은 명문에 감탄을 나누는 비효율적인 순수한 즐거움에 물들고 싶다.


그런 밤이 오면, 나는 다시 가슴 뛰는 시간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나만의 세상을 다시 창조할 용기를 전설의 검처럼 뽑아들 텐데...














#독서 #아이러니 #깨달음 #감성에세이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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