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솔soul Nov 13. 2024

공룡같은 아이는 어떻게 순한 양이 됬을까?

극한 직업, 유치원 엄마는 고달프지만. . .

" 으악!!! 공룡이다!!"

" 까아악!!!!"

" 엄마아아아!!!"


화장실에서 한 아이를 도와주고 있는 사이,  심상치 않은 소란에 깜짝 놀라 후다닥 교실로 향했다.

5분도 채 안되는 시간,  또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겁에 질린 채 교실 쪽으로 우르르 도망하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씩씩거리는 성재가 홀로 서있었다.

성재는 뭐가 분한지 두 주먹을 굳게 쥐고,  아이들을 무섭게 노려보며 친구들에게 서서히 다가서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공룡 한 마리가 먹잇감을 막다른 곳으로 서서히 모는 것처럼 보였다.


" 성재야! 무슨 일이야? " 하고 물으며 다가가는 데

성재가 갑자기 의자를 집어 들었다.

"성재야. 안돼!!!" 

반사적으로 성재를 막아서는 순간 의자가 '퍽' 하고 날아들었다.

다행히 의자는 내 허벅지를 맞고 떨어졌다.

" 악!"

통증에 절로 무릎을 꿇었다. 아이들이 나보다 더 놀란 눈으로 성재와 나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 성재가 선생님한테 의자를 던졌어!"

한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고, 다른 아이들은 더욱 불안해했다.

애써 아픔을 참고 일어나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성재에게 다가갔다.

성재도 놀랐는지 더 이상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성재에게 " 왜 그렇게 화가 났어?" 하고 물어보니 나름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자동차를 잠시 두고 코를 풀고 왔더니 친구가 자동차를 가지고 갔다고 한다.

성재가 돌려 달라고 하니, 옆에 있던 친구들이 

" 너가 놓고 갔잖아." 하며 다른 친구 편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성재는 우리 반에서 키가 제일 큰 아이었다.

일곱 살인 성재는 키가 145cm, 몸무게도 45kg, 신발사이즈도 230cm을 신을 정도로 덩치가 컸다.

누가봐도 초등학교 3, 4학년은 되어 보이는 성재는 덩치와는 다르게 그리 야무지지는 못했다.

여섯 유치원 생활을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서 엄마와 함께 지내다 

일곱살때 우리 유치원에 왔는데,  언어, 사회성, 정서 발달이 느린 친구였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말보다는 행동이 앞섰다. 


성재는 이후 친구들 사이에서 공룡이라 불리었고, 등원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 싫어!"

" 안돼! 가야해!"

아침시간, 소란한 소리가 들려 현관 앞에 나가보니, 성재가 엄마와 실갱이를 벌이고 있었다.

내 년에는 성재가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어머님은 올해 만큼은 어떻게든 성재를 

유치원에 적응시켜야만 했다.

" 너 이제 유치원에 안가겠다고 떼써도 엄마는 봐주지 않을거야! 알았어?" 하며

어머니는 온 힘을 다해 성재를 억지로 유치원에 밀어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덩치가 큰 성재를 억지로 유치원에 들여보내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 안 가!!! 나 안 갈꺼야!!! 엄마!!" 

성재는 온 힘을 다해 울며 엄마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러던 중, 어머님이 쿵~하고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성재엄마는 허리에 손을 짚고 아파하셨다.

성재도 놀랐는지 울음을 멈춘 채로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워드렸다. 

괜찮으시냐는 나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어머니는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하며, 빨개져 있었다. 마치 엄마 공룡처럼.

"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엄마는 이제 모르니까 유치원들어가던지, 말던지 너 알아서 해!"

어머니는 그대로 등을 돌려 가버리셨다.

성재는 이번에는 차마 엄마를 잡지는 못했다.

" 엄마아아아!!!!!!!!!!"

성재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않아, 엄마를 부르며 목놓아 울었다.



이럴때일수록 참 난감하고 어렵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안가겠다고 떼를 쓰면, 교사들은 괜시리 반 죄인이 된다.

뭔가 교사가 제 역할을 못해 아이를 적응 못시킨 것 아니냐는 눈치를 받기도 하고,  

또 지레 내가 교사로써 뭐가 부족했나. 자책도 된다.

마치 엄마들이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자책하고, 반성하는 것처럼

유치원 엄마도 사실은 똑같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각 자의 방식도, 속도도 다르지만

진심이 통한다면

변화는 시작된다는 것이다. 


성재에게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 것처럼.....



성재의 이야기는 다음편에 계속 됩니다.


#유치원엄마  #유치원교사 #유치원  #유치원생활











이전 02화 초보엄마와 42명의 아이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