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직업, 유치원 엄마는 고달프지만. . .
" 으악!!! 공룡이다!!"
" 까아악!!!!"
" 엄마아아아!!!"
화장실에서 한 아이를 도와주고 있는 사이, 심상치 않은 소란에 깜짝 놀라 후다닥 교실로 향했다.
5분도 채 안되는 시간, 또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겁에 질린 채 교실 한 쪽으로 우르르 도망하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씩씩거리는 성재가 홀로 서있었다.
성재는 뭐가 분한지 두 주먹을 굳게 쥐고, 아이들을 무섭게 노려보며 친구들에게 서서히 다가서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공룡 한 마리가 먹잇감을 막다른 곳으로 서서히 모는 것처럼 보였다.
" 성재야! 무슨 일이야? " 하고 물으며 다가가는 데
성재가 갑자기 의자를 집어 들었다.
"성재야. 안돼!!!"
반사적으로 성재를 막아서는 순간 의자가 '퍽' 하고 날아들었다.
다행히 의자는 내 허벅지를 맞고 떨어졌다.
" 악!"
통증에 절로 무릎을 꿇었다. 아이들이 나보다 더 놀란 눈으로 성재와 나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 성재가 선생님한테 의자를 던졌어!"
한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고, 다른 아이들은 더욱 불안해했다.
애써 아픔을 참고 일어나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성재에게 다가갔다.
성재도 놀랐는지 더 이상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성재에게 " 왜 그렇게 화가 났어?" 하고 물어보니 나름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자동차를 잠시 두고 코를 풀고 왔더니 친구가 자동차를 가지고 갔다고 한다.
성재가 돌려 달라고 하니, 옆에 있던 친구들이
" 너가 놓고 갔잖아." 하며 다른 친구 편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성재는 우리 반에서 키가 제일 큰 아이었다.
일곱 살인 성재는 키가 145cm, 몸무게도 45kg, 신발사이즈도 230cm을 신을 정도로 덩치가 컸다.
누가봐도 초등학교 3, 4학년은 되어 보이는 성재는 덩치와는 다르게 그리 야무지지는 못했다.
여섯 살 때 유치원 생활을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서 엄마와 함께 지내다
일곱살때 우리 유치원에 왔는데, 언어, 사회성, 정서 발달이 느린 친구였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말보다는 행동이 앞섰다.
성재는 그 날 이후 친구들 사이에서 공룡이라 불리었고, 등원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 싫어!"
" 안돼! 가야해!"
아침시간, 소란한 소리가 들려 현관 앞에 나가보니, 성재가 엄마와 실갱이를 벌이고 있었다.
내 년에는 성재가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어머님은 올해 만큼은 어떻게든 성재를
유치원에 적응시켜야만 했다.
" 너 이제 유치원에 안가겠다고 떼써도 엄마는 봐주지 않을거야! 알았어?" 하며
어머니는 온 힘을 다해 성재를 억지로 유치원에 밀어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덩치가 큰 성재를 억지로 유치원에 들여보내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 안 가!!! 나 안 갈꺼야!!! 엄마!!"
성재는 온 힘을 다해 울며 엄마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러던 중, 어머님이 쿵~하고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성재엄마는 허리에 손을 짚고 아파하셨다.
성재도 놀랐는지 울음을 멈춘 채로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워드렸다.
괜찮으시냐는 나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어머니는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하며, 빨개져 있었다. 마치 엄마 공룡처럼.
"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엄마는 이제 모르니까 유치원들어가던지, 말던지 너 알아서 해!"
어머니는 그대로 등을 돌려 가버리셨다.
성재는 이번에는 차마 엄마를 잡지는 못했다.
" 엄마아아아!!!!!!!!!!"
성재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않아, 엄마를 부르며 목놓아 울었다.
이럴때일수록 참 난감하고 어렵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안가겠다고 떼를 쓰면, 교사들은 괜시리 반 죄인이 된다.
뭔가 교사가 제 역할을 못해 아이를 적응 못시킨 것 아니냐는 눈치를 받기도 하고,
또 지레 내가 교사로써 뭐가 부족했나. 자책도 된다.
마치 엄마들이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자책하고, 반성하는 것처럼
유치원 엄마도 사실은 똑같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각 자의 방식도, 속도도 다르지만
진심이 통한다면
변화는 시작된다는 것이다.
성재에게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 것처럼.....
성재의 이야기는 다음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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