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는 흔하고, 핫도그는 의외였다.

나의 시카고 단골 기록

by 사이의 삶

시카고는 차로 세 시간 거리다.

한국이었다면 선뜻 나서기 힘든 거리지만, 미국에서는 기분 좋게 다녀올 수 있는 '옆 동네'처럼 느껴진다.

그 친근함 덕분에 우리는 일 년에 네다섯 번씩 시카고로 향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곳 중 하나는 해리포터 전시장이었다.

아이들은 갈 때마다 눈이 반짝였고, 그 순수한 설렘을 지켜보는 것이 좋아 우리는 그곳을 자주 갔다.



그런데 나에게는 또 다른 기억이 있다.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RH 건물 내에 있는 브런치 카페를 찾았던 날이다.

예약 없이는 가기 힘들다는 그곳에서 나는 시카고의 '힙한'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다 만난 기분이었다.

세련되게 차려입은 그들 사이에서 우리 가족은 꽤 후줄근한 차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질감이 싫지 않았다.

부끄러움보다는 오히려 묘한 편안함, 애써 꾸미지 않아도 스며들 수 있는 도시라고 느껴졌다.




시카고 하면 다들 딥디시 피자를 떠올리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 입맛에는 한 번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정작 몇 번이나 찾았던 건 뜻 밖에도 '시카고 핫도그'였다.

케첩 대신 피클과 할라피뇨, 신선한 야채들이 한가득 들어있는 아삭한 맛.

유명한 피자보다 간편한 핫도그가 우리 가족의 취향에 더 가까웠고

시카고의 맛을 떠올리면 나는 자연스럽게 핫도그를 생각한다.





우리의 첫 일정이었던 시카고 미술관은 이후 우리 여행의 이정표가 되었다.

그곳을 시작으로 우리는 도시를 여행할 때 미술관을 찾게 되었으니까.



미국의 미술관에는 고흐의 그림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예약하고 줄을 서야 했을 텐데, 각 지역 미술관마다 고흐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강대국의 자본은 예술조차 이토록 흔하게 쌓아둘 수 있구나.

캔버스 너머로 거대한 자본주의를 실감했다.



미술관 밖으로 나오면 또 다른 예술이 펼쳐진다.

시카고 리버를 따라 늘어선 아름다운 건물들.

해가 지고 불빛이 켜지면 나는 오랜만에 '진짜 도시'에 와있음을 느꼈다.


처음에는 화려한 야경에 취해 다운타운 한복판에 짐을 풀곤 했다.

하지만 여행이 거듭될수록 외곽인 '글렌뷰' 쪽으로 옮겨 갔다.

시카고 외곽을 달리다 나타나는 한국어 간판,

대형 한인 마트와 한식당 한국 빵집 등이 모여있는 동네.

특히 비교적 값싸고 규모가 큰 '중부 마트'가 있는 곳이다.

익숙한 식재료들, 한국말이 들리는 계산대가 있는 곳.

우리의 장바구니에는 깻잎, 미나리, 쑥갓이 담겼다.

그 공간은 한인마트가 없는 동네에 사는 우리에게 빛 같은 장소였다.


시카고는 당일치기로 갑자기 떠난 적도 있을 만큼

계획보다 충동이 더 자연스러운 도시가 되었고,


나의 미국 여행의 첫 페이지이자 가장 자주 넘겨본 페이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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