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두 나라의 도서관

한국과 미국 도서관을 다녀보고 깨달은 '도서관 육아의 힘'

by 사이의 삶

도서관을 갔던 이유를 떠올리면, 외벌이로 연년생을 키우던 시절,

마땅히 돈이 들지 않는 곳이 필요했을 뿐이다.


오전 일찍 아이 둘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면 그 넓은 공간에 아무도 없었다.

책장 사이를 유모차로 천천히 돌고, 유아 공간으로 가면

아이들은 바닥에 앉아 책을 펼쳤다.


지금도 가끔 그때 찍어둔 사진을 보면

그 시절의 나와 아이들이 조금은 짠하고, 기특해 보인다.


도서관은 우리에게 '작은 행운'을 가르쳐준 곳이기도 하다.

한 달에 세명만 뽑는 독서 퀴즈 응모권에

첫째와 둘째가 같은 달에 동시에 당첨된 날이 있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깨달았다.




미국에 도서관이 새롭게 다가온 건

여름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여름 방학이 길다 보니

도서관은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Summer Adventure'

아이들은 책을 읽고 기록을 하면 로컬 빵집이나, 아이스크림 가게,

지역 야구단이나, 아이스하키 경기 티켓, 지역 마트 상품권 등으로 돌아온다.

책 읽기가 도네이션 문화와 결합해 지역 사회 전체로 순환되는 방식이다.



그 순간 느꼈다.

도서관은 단지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이 동네가 아이들을

어떤 마음으로 키우고 싶어 하는 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걸.


그 혜택은 어른인 나에게도 공평했다.

책을 읽고 모은 포인트로 투표해 원하던 수영 가방을 받았던 날

나 또한 아이처럼 기뻤다.




아이들 작은 미술 작품 전시회도 열렸는데,

작은 캔버스하나에 그린 그림을 기한 내에 제출하면 조건 없이 전시를 해주었다.

아이들 이름이 붙여진 그림을 사람들이 멈춰 서서 바라보았고,

그 여름 아이들의 자존감은 한 뼘 더 자라났다.




긴 로드 트립이나, 비행을 앞두고 아이들이 가장 먼저 챙기는 건 책이다.

새로운 도시를 여행할 때도 우리는 그곳의 도서관을 찾는다.


돈이 들지 않아 머물렀던 그 낮은 문턱이, 사실은 우리 가족을 가장 높은 세계로 안내하는 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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