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삼일 짜리 평양냉면을 만드는 사람
콩나물을 키우기 시작한 건
차로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한인 마트를
갈 타이밍이 늘 애매해서였다.
깻잎도 마찬 가지였다.
남는 튼튼한 김치통에 구멍을 뚫고
아이들과 모종을 옮겨 심었다.
처음 난 깻잎 한 장을 따 고기 위에 올렸을 때
입안 가득히 퍼지는 풍미는 다른 향수가 필요 없었다.
남편과 아이들 머리를 자르게 된 것도 가성비 대비
만족도가 낮다는 미국 미용실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머리가 덥수룩해지면 주말 늦은 오후는 자연스럽게 머리를 깎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엔 무서워서 조심조심 잘랐는데, 어느새 손이 익었다.
하지만 여전히 삐뚤빼뚤 하다.
김장은 점점 양이 늘어 이제는 요리책을 덮어둔다.
양념의 색깔과 절여진 배추의 숨만 보고도 판단하는 지혜가 몸에 베였다.
새벽 도시락은 거의 10분 만에 뚝딱 만들어 낸다.
특별할 것 없는 반복이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일이다.
최근에는 삼일을 공을 들여 평양냉면도 만들었다.
육수를 내고 식히고 기름을 걷어내고 다시 기다렸다.
요즘의 나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필요한 일이 있다면 결국 해내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농부도 아닌데 채소를 키우고,
미용사도 아닌데 머리를 자르며,
요리사도 아닌데 매일 밥을 짓는다.
미국에 와서 나는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보다는
필요한 걸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나를 조금씩 업그레이드해 놓았다.
나는 여전히 서툴다.
하지만 오늘도 우리 가족의 하루는 잘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