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숫가에 개구리 소리 왁자하다.
도시 봄밤의 운치다.
지나다 말고 그의 소릴 녹음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높고 낮게 이어지는 소리.
잠시 쉬었다 누군가 먼저 부르면 일시에 터지기도 하는 소리.
날 풀리는 걸 어찌 알고 봄을 타고 와 목청껏 밤의 구석구석을 밝힐까.
순희 언니 타자기도 적당한 중력과 무게로 타닥타닥 밤을 밝혔지.
어지간한 힘 아니고선 날아와 박히지도 않던 글쇠들.
빨간 벽돌집은 타자기가 낸 餘音으로 밤새 배가 불렀으리라.
힘을 들이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소음도 적고, 수정·편집도 쉽고, 그림과 도형도 넣을 수 있다.
말만 하면 글로 옮겨주거나, 번역도 된다. 대신 통역도 한다.
타자기를 쓸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지만.
한때 외계어 같은 속기도 잠시 배운 적 있었는데
그것도 이젠 키보드만 있으면 되나 보다.
손을 움직이는 일은 같지만, 시간은 아낀다.
아날로그의 소리는 종이처럼 나풀거려 시간의 틈으로 사라지고,
틈을 조각낸 시간은 다시 조용하고 깔끔하게 나뉠 궁리를 한다.
(사진 : 무료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