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슬리퍼

by 달랑무

공원길을 걷다 현수막 하나를 보았다.

태초 발가락 걷기 함께 해요. 궁금했다.

슬리퍼 신고 나온 참이다.

터진 앞코로 까딱까딱 발가락을 움직여본다.


아기 때 발가락과 무릎으로 몸을 일으키기까지

실패인 줄 모르던 집념의 서기로 오늘을 사는 거란 말이지.

몸의 무게를 감당하며 가장 낮은 곳을 향한 발로 이제껏 걸었다는 말이고.


그 낮은 집념의 발이 숨 쉴 자유를 허락한 최소한의 도구 슬리퍼로

오늘도 나는 지구별을 까딱거리며 유랑 중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면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