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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랑무 Oct 27. 2024

슬리퍼

공원길을 걷다 현수막 하나를 보았다. 

태초 발가락 걷기 함께 해요. 궁금했다.

슬리퍼 신고 나온 참이다. 

터진 앞코로 까딱까딱 발가락을 움직여본다. 


아기 때 발가락과 무릎으로 몸을 일으키기까지 

실패인 줄 모르던 집념의 서기로 오늘을 사는 거란 말이지. 

몸의 무게를 감당하며 가장 낮은 곳을 향한 발로 이제껏 걸었다는 말이고. 


그 낮은 집념의 발이 숨 쉴 자유를 허락한 최소한의 도구 슬리퍼로 

오늘도 나는 지구별을 까딱거리며 유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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