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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랑무 Oct 27. 2024

수면안대


가로등 앞 방의 밤은 밝다. 

한 꺼풀로는 안 되어 겹겹의 막을 친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커튼을 치고 수면안대를. 

빛은 어떻게든 들어온다, 틈을 어기고. 


어긋난 곳으로는 무엇이든 온다. 

빛과 색이, 생명과 후각이, 한기와 온기가. 

아귀가 맞지 않아 억지로 닫아걸고 숟가락을 끼우던 문틈으로

새된 바람, 소리가 들어왔다. 

더 진하고 밝게 빛과 색과 연기가. 


닫으려 하면 할수록, 잊으려 하면 할수록, 쫓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 

달려들던 불면의 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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