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춤에 하양집
소리가 나면 고개를 숙이고 버튼 눌러 번호 확인
있는 곳이 길거리든 가게든
전화 있는 곳으로 달려가
0000 번호치신 분을 찾는다.
그 얼굴에 화색이 돈다.
세상 처음 보듯 새로웠던 얼굴 또 볼 수 있을까.
기다리던 이의 연락인지 얼굴만 봐도 환했고,
누굴까 기대하는 맛이 설렘이구나 알았다.
기계는 신기했지만,
굳이 내 것으로까지야, 집전화가 있는데,
필요하면 전화하겠지. 나는 그랬다.
그러던 마음이 깨진 건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역 앞 그 많았던 공중전화 부스 앞.
어떻게 된 영문인지
삐삐를 치고도 그를 못 만났다.
그때 내게 삐삐가 있었다면 지금의 삶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486
504
010
012486
이런 암호들을 못 알아본 채 지난 젊음은
어쩌면 소극적 단절일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을 이제 와 해보는 것이다.
그날 서울의 불빛은 하염없이도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