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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메리 Apr 05. 2024

우울이 찾아올 땐 그냥 공부하기

우울증일 때 글 쓰다가 자가치료 된 이야기 <5>

우울증을 이십 년 가까이 앓으니 이젠 우울증을 처치하는 방법 몇 개를 알지만, 

가끔씩 자기 몰두 자체가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땐 글을 읽기도 힘겹고 일기도 쓰기 싫어진다.


나의 일상에 염증을 느낄 땐 내가 만든 화자나 주인공에게도 싫증을 느낀다.

일상 속 어떤 점이 불편하거나 싫어지고 다른 걸로 도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집중력을 잡기 위해서 정리노트를 꺼내서 공부를 한다. 


영어공부나 수학공부처럼 보통 공부랑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공부란 표현은 거창하고, 

실제로는 노트를 꺼내서 어떤 걸 받아 적거나 정리하며 나만의 공부를 하는 식이다.


관심 있는 어떤 영상이나 자료를 보고 정리하며 리프레시하는데 노트에 옮겨 적을 때

떠오르는 나의 생각들까지 덤으로 붙이는 일이다. 주제는 그때그때마다 달라지는데

좋아하는 관심사라는 게 특징이다. 스토리 짜는 법, 축구, 게임, 맞춤법, 연예인, 명언  등등


한때 스포츠에 관심이 많을 때. 축구의 룰이 궁금해서 찾아보면서 노트에 정리했던 경험이 있다.

기본적인 룰과 파울 같은 것을 정리했다. 관심 있는 선수들의 특징과 나이도 써놓는 편이다.

정리한 다음 케이리그 경기를 지켜보면 좀 더 이해가 쏙쏙 되고 직접적으로 와닿는다.


게임 같은 경우에도 게임을 했을 때 잘 못 본 장면들(주인공의 일기나 문자메시지 같은 것) 

하나하나를 찾아서 적고, 퍼즐을 맞추면 전보다 애정이 가고, 디테일에 흥미로웠다.

최근에 호감이 생기는 가수나 연예인들도 그들의 프로필과 필모그래피를 쭉 쓰고 

그 과정에서 본받을 점이 생기면 주석을 다는 식으로 메모를 하면서 인물을 공부했다. 


이런 독특한 공부법(?)은 나처럼 대인기피증인 사람에게 꽤 장점이 된다.

우연히 사람들과 대화할 일이 종종 생기면, 공부한 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하면 되고

메모를 하면 머릿속에 인지하고 있는 사실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되니까 좋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깊은 대화로 이어가면 좋아하는 편이니 말이다.


노트에 정리하다 보면 우울증에 닿아있던 시선이 관심사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니 무척 편리했다.

맞춤법 공부 같은 경우는 모르는 단어들의 쓰임을 알아가서 좋았고, 개인 원고를 쓸 때 도움이 되었다.

스토리 공부도 깊이 하면 할수록 어떤 영화나 소설을 볼 때 보이지 않는 점들이 보이게 돼서

전보다 스토리를 이해하고 즐기는 데에 충만한 기쁨을 받고, 덕분에 리뷰도 잘 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노트 하나를 전부 다 채우는 일이 생기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학생 시절에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었더라면 전교 1등은 따놓은 당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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