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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메리 Jul 05. 2024

호기심 가득한 동물 백과사전을 읽기

우울증일 때 글 쓰다가 자가치료가 된 이야기 (6)


우울할 때 간혹 침대에 의미 없이 누워있는데 그때마다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우리 강아지였다. 강아지는 내가 힘들거나 슬프거나 기쁘거나 항상 곁에 있는 존재여서 식구나 다름이 없다. 나처럼 끔찍하게 동물을 아끼는 반려견 주인들이 꽤 많을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참 좋아했다. 몸집이 큰 소나 말을 봐도 무서워하는 대신 곁에 다가가고, 만지고 싶어 했다. 외할머니 댁에는 늘 개가 있었는데, (시골 할머니들은 남은 밥들을 처리하려고 강아지를 키우곤 했다 그 외에 침입객이 있을 때 짖는 소리를 통해 집을 지키려는 목적도 있었다) 큰 소리로 짖는 제법 위협적인 강아지들도 내 앞에서는 배를 드러내고 애교를 보였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전부 순한 강아지들이었고, 험하고 악독한 강아지를 만나지 않아서 참 행운이었던 것 같다. 


나는 우울할 때마다 가끔씩 동물백과사전을 찾아 읽는다. 결혼 전 친정 집에서는 동물백과사전을 두 권 구비해두고 있었는데 동물 그림과 그 밑에 설명을 보면 생각보다 치열하게 삶을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예전에 백과사전을 읽다가 개인 SNS에 남겼던 글


사실 처음에 동물 백과사전을 읽게 된 이유는 캐릭터 설정을 위해서였다. 캐릭터를 만들 때나 스토리를 짤 때 참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백과사전 독서가 나의 우울을 얄팍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귀여운 동물들이라도 각자만의 사정이 있고, 천적과 싸우는 사연들이 쓰여 있어서 짠한 마음이 동하곤 한다. 아끼는 동물백과사전은 친정집에 두고 와서 요새는 지식백과 사이트에서 종종 동물을 찾아본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인다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라니 참 편리하다) 지식백과 사이트에는 동물의 관련 동영상까지 있어서 사진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모습까지 지켜볼 수 있다.


가끔 어떤 동물들은 무분별한 유기 때문에 유해 동물이 되었다는 정보 같은 게 쓰여있다. 그런 슬픈 사연을 읽으면 무척 씁쓸한 마음이 든다. 또한 어릴 때 애정하고 키우고 싶어 했던 동물 '기니피그'도 우연한 기회에 받아서 기를 수 있던 시기가 있었는데, 부모님의 동의가 없어서 받지도 못하고 무산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기니피그는 무리생활이 익숙하므로 무작정 그 한 마리를 데려왔으면 얼마나 외로웠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내가 귀여운 기니피그를 불행의 길로 이끄는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고양이나 미어캣 같은 좋아하는 동물들의 사전을 읽으면 배경지식을 알게 되니 전보다 좀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 가장 뿌듯할 때는 몰랐던 동물을 알게 되는 일인데 대부분 조류나 어류다. 나는 두루미도 두루미만 알았지 몸이 시꺼먼 흑두루미가 있는 줄은 몰랐다. 찌르레기도 들어만 봤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어서 백과사전을 보고 얼굴과 사는 곳을 알았다. 여름 철새였지만, 요새 생태계 변화로 겨울에도 보이고 해충을 잡아먹어서 농사를 돕는 좋은 새이다. 이런 걸 깨달은 날이면 그날 다이어리에 대뜸 동물의 정보를 기입하기도 하는데 그 특별함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하면서, 세상에 맞춰서 변화하는 동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작은 성치 않은 몸으로도 성실히 살아가는 자세가 존경스럽다. 그런 사색에 잠기면 나의 우울은 벌써 저 멀리 날아가고 휘발되며 내면에 알 수 없는 호기심과 힘들이 솟구친다. 다른 동물들을 알아 봐야지 같은 종류의 호기심. 어린 아이들이 동물 다큐나 동물 백과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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