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번아웃이 좀 씨게 왔다.
아침에 눈 뜨는 게 너무 힘들어졌고
가만히 멍 때리고 있다 보면 하루가 지나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이러면 안 된다는 불안과 죄책감이 나를 집어삼켰다.
내일이면 괜찮아지겠지, 며칠 더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싶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똑같은 하루를 꾸역꾸역 보내고 있었다.
시간이 약이 아니었다. 조치가 필요했다.
이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거였다.
이전엔 아무것도 안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어서 괴로웠다면
이번엔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온전히 쉬어보는 거다.
머리를 비우고 집에서 영화를 보며 하루를 보냈다.
해지는 창 밖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하고
산책하며 고양이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니까 의욕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하더라.
그저 쉼이 필요한 거였다.
돌이켜보면 매일을 불안과 초조함으로 보냈던 것 같다.
프리랜서로 살아가려고 하다 보니까 더 그랬겠지.
내가 멈추면 내 생계도 같이 멈춰질 테니까.
그래서 아무리 지쳐도 애써 무시해 왔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터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는 일주일 중 하루는 꼭 쉬고 있다.
카페에 가서 책을 읽기도 하고
집에서 영화를 보며 떡볶이를 먹기도 한다.
나를 위해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우리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달리기라서
전력질주보다는 적당한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달리다 힘들면 걷기도 하고
때로는 쉬어가기도 해야
더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