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안에서 흘린 눈물

이번 주, 어떻게 지내셨어요?

by 무연


2022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나는 상담을 오랜 시간 받아오고 있다. 오래라는 기준이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나에겐 쉽지 않은 기간, 들인 비용과 시간이었다.

처음엔 다가가기 어려웠던 상담사와 나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아주 천천히, 조심스레 관계가 쌓여갔다. 처음엔 간단한 질문에도 경계했지만, 이제는 내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 숨겨진 말의 결을 알아채는 상담사 앞에서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물만큼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어떤 날은 아픈 이야기를 하다가 감정이 가슴까지 차오른 걸 느끼곤 했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메이고,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데도 나는 끝내 울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고, 손을 조용히 움켜쥐고, 심호흡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상담사가 내 눈빛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순간에도 나는 그 눈빛에 대고, 애써 웃음을 지어 올렸다.


왜였을까. 왜 나는 그토록 울고 싶으면서도 울 수 없었을까.

울면 약한 사람처럼 느껴졌고, 무너지는 모습은 부끄러운 것이었고, 누군가 앞에서 내 감정을 전부 보여주는 건 지독한 수치로 느껴졌다.

나는 늘 견디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렇게 살아온 날들이었다. 상처받고도 괜찮은 척하는 사람.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 눈물을 참는 것은 그 정체성을 지키는 일처럼 느껴졌다.


물론,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던 건 아니다. 몇 번, 아주 잠깐. 눈물이 툭 떨어진 적은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닦고, 다른 이야기로 재빨리 넘어갔다. 그 눈물에 대해 상담 속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건 마치, 실수처럼 떨어진 감정 같았고,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약점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날. 유난히 지치거나 무엇이 특별히 아프지도 않았던 날.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고, 상담사는 평소처럼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 주, 어떻게 지내셨어요?”


단 한 문장. 그 말 한 마디가 나를 무너뜨렸다. 숨도 고르기 전에, 마음을 정리할 틈도 없이 그 말이 귀에 닿는 순간 눈물이 터졌다. 정확히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예고도 없이, 아무런 경고도 없이.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 말은 울음에 막혔다. 소리를 내기도 전에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뻐근해지고, 눈물이 그저 흘러내렸다.


상담사는 당황스러울 법도 하면서 아무 말도 말하지 않았다. 단 한마디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내 울음을 바라봐주었다. 나를 응시하면서도 내 감정을 헤집지 않았다.


나는 울었다. 50분 동안, 내내. 말을 거의 하지 못한 채, 내내, 울기만 했다. 눈물이 흐르다가, 멈췄다가, 다시 흐르기를 반복했다. 숨을 고르다가, 어깨가 들썩이기도 했고,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때 나는, 정말이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아직도 내가 왜 그렇게 울었는지 정확히 모른다. 무엇이 그렇게 무너뜨렸는지, 왜 그 순간에 터졌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감정이라는 파도가 조용히 밀려와 나를 삼킨 날이었다.


아무도 해석할 수 없는 순간. 나조차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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