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애의 <인간 문제>는 일제 강점기 조선의 궁핍한 농민 생활, 그 참담함 속 지주의 횡포에 맞서는 소작인들의 투쟁과 이후 대도시 인천에서 벌어지는 노동자와 감독들 간의 계급주의를 바탕으로 한 노동운동을 그려낸다.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뿌리 박힌 계급주의의 본질을 깨우쳐 주는 작품이다.
ㅡㅡ식민지하 조선의 노동 상황이 열악했던 현실ㆍ살려고 발버둥 쳤던 참담한 현실에 대한 저항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이런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지금 살아있는 선비들이 해야 할 <인간 문제> ㅡ결국 누구의 책임일까. ㅡ
소작인의 딸이었던 선비는 ㅡ아버지가 덕호 때문에 죽은 줄도 모르고ㅡ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지주 덕호의 집에 얹혀살다 덕호의 미끼에 걸려 성적 착취를 당한다. 이후 인천의 방적공장에 취직하지만 그곳에서도 소위 계급을 가진 감독들에 의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순진했던 선비는 갓난이ㅡ자기와 똑같이 당한ㅡ의 말을 얼핏 깨닫는다.
세상에는 덕호와 같은 우리들의 적이 많다는 것을. 덕호보다 몇 천 배 몇 만 배 더 무서운 인간이 많다는 것을 불쑥 느끼고. 의문에 부쳤던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며 이렇게 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오늘의 선비는 옛날의 선비가 아니라 ㆍㆍㆍ고 부르짖고 있다.
봉건적 지배하에서의 관념을 깨뜨리는 제법 신지식인 신철은, 덕호 가족에게 환대받으며 옥점과의 결혼에 떠밀린다. 허나 부모가 지어주는 결혼이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선택하려다 쫓겨나 부두 노동자가 되어 근근이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곳에서 중간 착취에 돈 떼인 것을 알고 오히려 선비보다 옥점(덕호 딸)을 떠올린다. 신철은 노동에도 세련되지 못하지만 노동자의 틈새에서 첫째를 만나 많은 영향을 끼치며 그의 정신적 지주가 된다. 선비를 그리워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선비 같은 여자와 하리라 마음먹는다. 그러나 결국 전향한다.
첫째는 덕호에게 밭을 떼이고 말았다.
'법이 법이지 뭐냐. 본래 법이란 것이 있느니라.'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사람이 나기 전부터 있었던 법,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애를 느끼며 동시에 벗어나지 못한 철칙인 법에 걸려들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법. 그렇게 밭을 떼인 첫째는 인천으로 가 부두 노동자가 된다. 그곳에서 신철을 만나 교육을 받으면서 노동운동에 뛰어든다. 얼핏 방적공장에서 스쳐 본 선비의 얼굴. 눈이 마주쳤지만 혹시나 했다.
선비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어느 새벽에, 밤을 새워가며 캐 온 소태나무뿌리를 선비에게 건네며 순정을 고백하던 때. 나물 캐러 잿등에 올랐다가 첫째를 만나 싱아를 빼앗기고 울면서 내려오던 때. 그때는 첫째의 마음을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선비는 그때가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선비가 자신을 알아본 듯하고 자기를 어느 구석에 잊지 않고 이때까지 생각해 왔음을 알게 되었다. ㅡP 335
선비는 노동운동을 하다 폐병으로 죽었다.
시커먼 뭉치가 되어 돌아오는 선비의 주검 앞에 인간이 걸어가는 앞길에 가로질리는 이 뭉치. 첫째는 선비의 주검을 보며 이 뭉치야말로 누군가는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인간문제> 임을 마주한다. 누가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ㅡP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