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가 이해로 풀린 날
이렇게 황홀한 만찬을 보았나요.
대문 들어서자마자 반겨오는
고소한 냄새에 혼이 빠진다
너의 아름다운 미소와
나의 어색하게 반가운 미소가 합쳐져
오래된 응어리가 스르륵 잠겨버린다
그래, 나를 불러준
너의 용기에 고마움을 전하는 시간
나는 그 보답으로 두 손을 맞잡으며
말없이 너의 미소를 응시한다
제법 오래되었지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상처 아니라며 그냥 넘겨버렸던
안일한 처사가 얄미워
다시는 보지 않으리라 눈을 감았지만
이렇게 멋지게
차마 용기 내어 불러준 고마움에
나는 스르르 맘이 풀렸다
너도 그러길
그러하길 바라며
무심한 듯 내 맘을 툭 던지고 나온다
어느 날 우린 동거를 해야 하니까
ㅡㅡㅡ그녀의 말 한마디에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평소에 잘 쓰는 말이라며 넘겨버리더군요. 내게 탁 꼬집어하는 말이라는 걸 옆에 있는 사람도 아는데 그녀는 내 상처에 무심하더군요. 그게 더 기분 나빴습니다.
우리는 이십 년지기로 아이들 초등 때 만난 친구 사이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왜 말이 거칠어질까요? 그녀는 친해서 그럴 수 있다고 하는데 물론 친해서 이해할 수 있지만 친해서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이는 많이 어색했고 모임에서 나올까도 생각했습니다. 오래된 인연이 말 한마디에 엄청난 마음의 깊이를 무너뜨리더군요.
그렇죠. 오래된 인연이면 말 한마디에 조금 상처받아도 이해하고 지나칠 수 있어요. 그러나 혼자만 외톨이가 된 기분을 느낀 순간 더 이상의 모임은 의미가 없다 여겼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그들과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나와는 만나는 횟수가 적으니 자연스레 공감하는 부분이 적어지더군요. 나는 그 무리에 끼어 있기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은 지도 오래였습니다. 그럼에도 꿋꿋이 이어갔던 거지요. 오래된 인연은 뭔가 달라도 다른 인연의 고리가 있다 여긴 거지요.
아무튼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만남을 지속하는 것도 어렵고 당장 나오는 건도 어렵고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던 날들이 제법 길었습니다. 그런 우리가 화해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