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책은 영원히 계속된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ㅡ메리 앤 셰퍼

by 어린왕자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군의 점령을 받은 유일한 영토 영국 해협 채널제도의 건지섬. 건지섬은 채널제도의 최남단에 있는 작은 섬이다. 독일군은 건지섬사람들의 생활을 통제해 돼지를 모두 몰수해 갔고 대신 감자를 키우라 명령한다. 농장을 경영하는 모저리 부인은 독일군에게 체포되지 않으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문학회>를 연다. 독일군이 올 때를 대비해 책도 사고 책을 읽고 독서모임도 한다.


독일이 돼지를 죽이고 닭을 죽이라 명령할 때 윌 시스비의 돼지가 죽자 신고를 하고 몰래 모저리 부인에게 '가축 사체 돌리기' 기법으로 모저리에게 돼지 사체가 전해져 모저리 부인은 돼지 사체를 신고했고 그래서 모저리 부인의 돼지가 남아 파티를 열게 되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그렇게 고립되고 위태로운 순간에 만들어진 북클럽이다. 건지섬에는 밀가루도 없고 설탕도 없지만 감자껍질파이를 만드는데 철물상을 하는 월 시스비가 먹을 게 없는 곳에는 가지 않아 다과가 추가되었다. 채널제도 건지섬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도시 애덤스가 모저리 부인의 파티에 초대되면서 독서문학회 회원들과 교류를 한다.


줄리엣과 도시 애덤스의 우연한 만남.


도시 애덤스가 찰스램의 책을 갖고 있는데 그 속에서 줄리엣의 이름을 보고 런던에 있는 서점 이름을 보내달라 부탁하는 편지를 통해 만나게 된다. 건지섬에 북클럽이 있다는 얘기도 건네 듣는 런던에 사는 쥴리엣 에슈턴은 <타임스>에서 철학을 주제로 글을 기고하라고 한 통의 추천을 받는데 줄리엣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문학회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도시 애덤스가 문학회를 여는 모저리 부인에게 부탁해 승낙을 받아냈고 문학회를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은 서간의 형식을 빌어 전쟁의 한가운데서 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마음을 이어가는 이야기와 줄리엣이 채널제도 건지섬으로 가서 실제로 문학회 회원들을 만나고 생활하면서 4개월 동안에 겪은 건지섬의 아름다움을 풀어놓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둡고 무거운 아픈 삶을 견뎌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독일인들의 수용소로 끌려가면서도 사랑을 이야기하고, 우정을 나누고 책을 읽으며 서로를 보듬어가는 이야기이다. 절박함 속에서도 문학으로 인해서 책으로 인해서 그들의 삶이 빛난다.


편지글이지만 독특한 구조를 넘어 문학회 회원들 간의 거리를 좁혀 주고 친밀감을 형성해 주며 독자에게 더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쥴리엣 에슈턴이 도시 애덤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는 목적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책은 영원히 계속된다고, 이것이 책이 가지는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에 힘입어 나도 찰스 램의 <돼지구이를 논함>을 찾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독일군 점령하에 건지섬사람들이 제일 힘들어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독일군들이 무선통신망을 모두 제거해 뉴스를 못 듣는다는 것,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알고도 숨겨야 한다는 것. 그즈음 독일군이 망한다는 것도 숨겨야 했고 그것을 안다는 것도 숨겨야 했던 것. 그들이 눈치를 챈다면 누군가 처벌을 받아야 했기에 아무것도 몰라야 했고 아무것도 모른 체 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북클럽으로 인해 견뎌낼 수 있었고 건재했고 결국 빅벤의 종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거리로 나가 왈츠를 추었으며 열린 창문으로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작은 슬픔은 말이 많지만 크나큰 슬픔은 말이 없는 법이다."


런던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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