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타고 흐른다
엄마의 사망신고를 내 손으로 마치고 나오던 날 하늘이 파랗고 맑았었다. 사망 신고 절차가 간단했다. 이름 적고 사망 일자 확인해 적고... 10분여 만에 끝났다.
"엄마 주민등록증은 제게 안 주시나요?"
"이건 저희가 회수하는 거라서요"
여직원이 친절하게 미소를 띠며 그것도 모르냐는 듯 다소 냉소적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라졌다.
순식간에.
내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종이 쪼가리 한 장도 쥐어져 있지 않았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인생임을 실감하는 순간 오히려 홀가분했다.
떠나는 자는 그렇게 아무것도 없이 빈 손으로 가지만 남겨진 자는 그렇게 그것이 허무했다.
주민등록등 사진 속 엄마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 나오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에 엄마를 놓아주어야만 했다. 붙잡고 싶지만 붙잡을 수 없었다. 눈물 한 방울에 엄마의 모습이 지워지고 있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머리를 흔들었다. 지나가는 아저씨가 흘낏 쳐다보았다.
엄마의 병사는 간단하지 않았다.
병사를 기록하는 란이 네 개였다.
내 손으로 적었는데... 백혈병, 울혈성 심부전,... 살아생전에 설마 그렇게 많은 병을 지고 살았는지 까마득히 몰랐다. 병을 알지 못하고 살았던 게 어쩌면 다행이었을까, 젤 위에 적은 것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동사무소 앞 차 안에서 한참 망설였다. 다시 들어가 확인해 보고 올까?
이제 와서 알아 무엇하리... 아니, 무엇을 알고 싶었던 것일까.
가을바람이 분다. 바람을 타고 온 산과 들을 날아다니며 유랑을 즐기고 있겠다.
그날처럼 가을 하늘이 맑다. 어찌 저리 깨끗하고 아름다울까. 바람으로, 구름으로, 자연으로 함께 가신 엄마. 수많은 이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또 누군가를 그리워하겠지.
흐르는 세월만큼 그리움도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