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아 행복했을까?
아픈 친구가 몸을 잘 추스르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전화벨이 한참을 울리는데도 받지 않는다.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나? 아니면 전화기를 두고 잠시 외출을 했나? 화장실에 있나?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부재중 전화를 보고 전화를 걸겠지 하며 하루 일을 시작했다.
잊고 있었다. 오전에 전화를 하고 다시 걸려올 거라 여긴 친구 전화는 그대로 잊고 있었다. 바쁜가 보다 그리 여겼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점심시간을 넘긴 그 사이 전화기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단 말인가. 바쁜 일이 있다 해도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많이 아프구나, 그래서 전화기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구나. 그렇다면 얼마나 더 아플까? 걱정이 커지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시간에도 그녀는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다. 늦은 저녁때 다른 친구에게 안부를 물어봐야겠다 싶었다.
늦은 저녁 수업을 마치고도 통화를 하지 못했다. 무슨 일일까, 궁금증이 커져갔지만 내가 다시 전화를 걸진 못했다. 이내 내 일을 하느라 친구를 잊고 있었는데 밤늦게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잠시 마음이 바빴다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조마조마했다.
정말 친한 친구를 보내고 왔다고 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던 친구가, 아주 오래된 친구가 먼저 갔다고 했다. 바삐 산다고 나름 바쁘게 산다고 만나지 못했던 친구였는데 사망 소식을 들었단다. 얼마나 심장이 떨렸을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감히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과 황망함이 엄습해 왔다고 했다. 사는 게 이런 걸까 억울하다고도 했다.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한 게 제일 가슴 아프다고 말하는 친구는 전화기 너머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도 울었다. 친구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들의 이야기 그것이었다. 친구는 전화기를 놓을 줄 몰랐다.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죽으면 끝이야, ㅇㅇ아, 우리는 자주 더 만나고 자주 웃으면서 돈 쓰고 살자는 친구의 말이 가슴을 더 후벼 파고 있었다.
어떻게 사는 인생이 행복한 인생인지는 저마다 다르지만 늦은 밤 친구의 눈물에서 확실하게 하나 느낀 것은 늦었다고 느끼는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겠다는 것. 돈 때문에 더는 미루지 말고 아등바등 애태우며 살지 않아야겠다는 것. 그녀는 인생에서 돈이 많아도 죽으면 끝이더라는 말을 눈물과 함께 쏟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