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나간 너의 몸이 아프다
톱질 몇 번에
무거운 고개를 떨궈버린
아직은 살아 있는 젊음이 너무 섧다
무슨 연유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지만
옹이로 돋아나면 그땐
그땐 알 수 있으려나
1층 사시는 주인댁이
햇살 들어오는 길을 터느라 그랬을까
함께 심긴 가을꽃이 못 자란다 아우성쳤을까
맨드라미는 이곳저곳에서 붉게 돋아나는데
굵게 잘린 네 몸이 많이 아프다
터실터실 곁가죽이
뜻하지 않은 상처와 고통을 안고도
너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 치유한다
너의 상처는 아직
깊은 곳에 파고들지 않았지만
누구나 하나쯤
가슴에 옹이 하나 갖고 살지만
그렇다고 불행은 아니다
잘려나간 네 몸이 아직 아프지만
너는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그래서 더 단단해지게 만드는
삶의 촛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오래된 것들이라고 쉽게 뽑힐 일은 아니다.
ㅡㅡ언제 잘렸는지 알 수 없었다. 매일 드나드는 아파트 1층 텃밭에 함께 한 세월이 몇십 년인데 오늘 저녁 발견했다. 잘린 흔적이 오래되지 않아 더 아프게 보였다. 오랜 것들은 뽑히고 사라지고 죽어가는 게 당연하지만 뽑히지 않고 오히려 한쪽 팔이 잘러나간 느낌이라 눈길이 더 아프게 다가갔다. 1층 주인댁은 해마다 한 마디씩 한단다. 시야를 가린다고, 그래서 베 버리라고. 오래된 것들이라고 쉽게 뽑힐 것들은 아니다. 다만 함께 사는 이곳에서 저도 살고 우리도 사는 길을 택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