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암의 가을은 더디게 온다

붉은 고추꽃이 피었다

by 어린왕자


고추꽃이 피었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붉은 고추가 익는다

아름답게 흐르는 색채의 대비다

이 가을을 빛내는

누구의 작품이던가


제각각의 포즈로 가을 하늘을 맞는다

파란 하늘은 저 멀리 가을을 불러오고

푸른 소나무는 마알간 웃음으로

겹겹이 쌓인 산허리의 여름을 걷어낸다

이제는 가을이 머무를 차례

금와보살님은 아직 한낮이 뜨겁다

간간이 부는 바람에도 구름 머무는 자리는

돌아와 누운 여인의 넓은 가슴속

대청마루에 앉아

산봉우리에 펼쳐진 가을을 우러러본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렀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다 붉은 고추를 넘지 못한다

주르르 흘러내리는 여름 한낮의 땀방울은

지나는 스님 바짓가랑이에

잠시 머물다 흩어진다

대청마루까진 언제 닿을까

한여름의 자장암은 가을이 더디게 온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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