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너의 모습이야

아름답게 늙어가길

by 어린왕자


상사화



입추를 보내니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지독히도 더웠던 올 한 해도 그렇게 지나갑니다.
누가 계절을 거스를까요.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한 말이 그냥 하는 말은 아닌가 봅니다.

바람이 선선해지니 땅에 뒹구는 꽃잎도 다시 보게 됩니다.
누구보다 먼저 떨어져 세상 풍파를 견뎌냈지요.
수없이 많은 발자국에 찍혀 찍~~소리 한 번 내지 못해도 비로소 누군가에게 기억되나 봅니다.


세상 풍파 견뎌내며 말없이 살아도 친구는 아프다 말 한 적 없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좋은 일은 얘기하지 않아도 궂은일은 얘기해야 더더욱 알 수 있는 일인데ㆍ그녀는 그렇게 말없이 밟히는 꽃잎 마냥 저도 같이 밟히고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아픈 날을 보내고 꽃잎과 마주 앉았습니다.
단아한 어여쁨이 묻어나는 자태를 보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 그게 너의 모습이었어'


길가에 하늘거리는 꽃잎도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도

슬픔을 견뎌내고 버텨내는 우리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곱습니다.

고운 계절을 맞이하며

우리도

곱게 아름답게 늙어가길

이 가을

기원합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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