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어스름이 익어가는 저녁

노란 가을이 익어간다

by 어린왕자


가을비를 맞으며
저벅저벅 걷는 발걸음 뒤로
그리움이 따라온다
바지 끝에 묻은 아쉬운 마음은
웃음소리로 둘둘 말아 접어놓고
어깨너머로 앉은 가을비 소리를
슬쩍 엣지 있게 걷어올린다

이 소리 오랜만이야!
슬레이트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와는 달라!
친구는 한껏 추억에 젖었다
얼마 만에 고요히 듣는 음악소리
그녀와 둘이
어린 시절 둘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 어떤 누구의 노랫소리보다
그 어떤 누구의 달콤한 속삭임보다
그 어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가을비와 저녁 어스름의 절묘한 하모니

너른 가을들판의 벼가
누렇게 아름다움으로 익어갈 즈음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레몬 향은
빗속에서 숨을 멎게 한다


멀리서 다가오는 어스름 빛
잠시 쉬어도 좋아
후두둑 떨어지는 가을비 소리
더 세차게 떨어져도 좋아
다만 조금 더 천천히
가을비의 향연을 남겨두고
아이야
누가 이 황홀함을 대신 말해 주렴

보랏빛봄 속에서
가을 노란빛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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