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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 좀 태워주세요

다시 못 올 것들에 대한 소회

by 어린왕자

네이버에서 빌렸어요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경운기에

"아저씨~~~ 가방"

휙 던져두고

도움닫기로 뛰면서

경운기 짐칸을 움켜잡는다

달달달달 털털털털

뒤를 돌아보시는 경운기 기사님

에라~ 털털털털

달아나버린다

에라~~ 더 뛰자

으쌰 짐칸에 몸을 던져놓고

잠시 숨 고르기 한다

"어디까지 가는데?"

"저~기 1구요."


물음도 답도 애초에 필요 없다

기사님은 브레이크를 밟으실 줄 모른다

냅다 달아난다

우린 알고 있다

기사님은 경운기를 세우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서 타고

우리가 알아서 내린다

교복 치마를 입었어도 바지를 입었어도

그냥 뛰어서 따고 뛰어서 내린다

교통비도 없다

타고 싶을 때 타고 내리고 싶을 때 내린다

"아저씨~~~~~"

한마디면 된다


지금은 포장길에 관광길이 되었고

경운기는 다니지 않지만

비포장길에 물 맞아가며

저벅저벅 꾸역꾸역 걸었던 길

경운기가 다녔던 그 길을 자동차로 달린다

자동차 속에서

다시 오지 않을 그 추억의 흔적을 돌아보며

"아저씨~~ 여기 내려주세요"

굵직했던 기사님의 목소리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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