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루포도

그 맛이 날까

몇십 년 전 처음 맛보았던
색깔 진한
너덜너덜 달린 포도를 접하고
손을 대기 감히 주저했다
이렇게 새카만 포도가 있었나
이름이 뭘까

지인의 지인이 처음 가꾼다는
그리하여 알게 된
머루포도
머루같이 생긴 포도일까
그 뜻은 결국 알진 못했으나
한 알 톡
입에 넣어본 순간
세상에 이렇게 단 포도가 있었나
세상에서 제일 단 포도였다

친구가 얼마 전
머루포도를 샀다길래
평소엔 그냥 지나쳤는데
그날따라
친구가 머루포도를 샀다길래
그 머루포도가 먹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 그 마트에선
머루포도가 없었다
친구에게 한 송이 달라하고 싶었다

재래시장에 가서
오랜만에 추석 준비를 하면서
길가에 늘어선 머루포도를 보고
단숨에 한 박스 샀다
그 단맛이 날까를 기대하며

그 옛날 삼십 년 전의
가장 달콤했던 머루포도 맛을
그날 만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