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뒹구는 가을 낭만
간밤에 부는 바람의 아픔을 알지 못했다
무슨 연유로 바람은 아팠을까
떨어지는 은행잎의 흐느낌에도
결코 간밤의 바람을 알지 못했다
두꺼운 무게로 짓눌리고서야 겨우
가지 끝에 매달린 은행잎을 보고 말았다
이틀 전
가을 은행나무가 제일 예쁠 때라고
이틀 뒤 가보면 좋을 거라고
별스타에서 그리 난리를 쳤는데
이틀 뒤 오늘
가장 예쁠 것 같다는
가을 은행나무를 찾았는데
소사 소사 맙소사
은행 이파리가 가을바람에 휘리릭
몽창스레 다 떨어지고 없다
매달린 가지 끝에
아스라이 매달린 은행잎도
간당간당 목숨만 연명하고 있다
간밤에 무슨 바람이 그리도 불던지
오늘도 예사롭지 않은 바람에
저렇게 용케 연명하고 붙어 있는
쟤도 용하다
노란 융단을 깐 발바닥 아래로
어젯밤 그리 애처로이 떨어진
은행이 데구루루 구르다 밟혀
긴 생명줄이 터져버렸다
아뿔싸
모르고 밟은 상처가 더 깊다
ㅡㅡ함안향교는 갈 때마다 온전히 은행잎이 달린 은행나무를 보지 못했습니다. 온전히 은행잎이 붙어있는 날이 없네요. 시기를 잘 맞추지 못한 탓이 제일 크지요. 일을 하지 않으면 냅다 달려가지만 밥벌이가 발목을 잡으니 하루이틀 미룰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어찌 될지 모르는 날씨에 아름다운 광경을 결국 못 보고 맙니다. 올해도 그렇습니다. 지난 월요일 밤에 불어 제친 태풍 같은 바람에 은행잎은 한 올 남김없이 꼼짝없이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 매서운 바람에 성한 잎이 없었겠다 싶더군요. 바람을 탓할 게 아니었어요. 바람도 나름의 부는 연유가 있겠죠. 아파 흔들리며 아픔을 감내하기 위해 은행잎을 떨구어냈겠죠, 그리 생각합니다. 그러나 땅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 또한 얼마나 예쁜가요? 가을 끝자락의 묘미는 발에 밟히는 가을 낭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