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 블로그에 사진 한 장과 글 한 편을 써 올렸습니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찍은
소금을 뿌린 듯 새하얀 메밀꽃 사진이었죠
제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리자 곧바로
고맙게도 한 분이 들어오셔서
하트 하나를 찍어주고 가셨더라고요
누구신지는 모르고 하트만 보고 말았는데
5분도 지나지 않아
아니 잠깐의 순간에
제 사진과 똑같은 사진이 한 장 올라온 블로그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순간 멍했습니다
제 사진이었거든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그래서 제 블로그에 처음 하트를 누르신 분이
누구실까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하트를 누르시고는 그분이 제 사진을 가져가셔서 그대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신 것 같더라고요
혹시나 그분도 나와 똑같은 사진을 찍을 수도 있죠
물론 비슷한 거리에서 찍으면 똑같은 사진도 있을 수 있어요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 사진은
클로즈업해서 찍은, 인물사진으로 찍은,
그래서 똑같은 사진이 나오기 어려운 구도입니다
(다른 사람이 제 자리에서 찍어도 똑같이 나오지 않을 만큼)
순간 너무 화가 났습니다
블로그에 공개해서 올린 사진이라 물론 가져가서 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당사자에게 쓰도 되냐는 양해는 구해야 하는 게 예의 아닐까요
바로 블로그에 들어가서 너무 하신다고 댓글을 달고 싶었습니다
욱 하는 마음에 화가 나서 그러시면 안 된다고 따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깊은 한숨 쉬고 나서 생각했죠
어차피 전체 공개로 한 것
누가 가져가 쓰기 전에 퍼가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제 불찰임을 인지하고는 그냥 덮어두었습니다
그래도 이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아쉬움은 아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친구한테 그 사진을 보여 주고
그분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도 보여줬더니
똑같은 사진이라 할 만큼 어리둥절하더라고요
사진 하나 가지고 이렇게 흥분할 일일까 생각하실 수 있는 일이지만
제가 봐도 예쁜 사진은 저도 쓰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처럼
적어도 정성 들여 찍은 남의 사진을 쓰고 싶다면
함부로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죠
분명 모르시진 않을진대 사진을 도둑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씁쓸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