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며

아버지,곧 만나요

by 어린왕자


하루 해가 서쪽 하늘에 걸렸을 때

엄마는 공기놀이 하는 나를 찾아 나섰다

아궁이 속 장작은 시뻘겋게 타들어가고

남은 불씨가 사그라들 무렵

불이 꺼져도 괜찮다 할 때쯤

놀기 바빠 아무리 기다려도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 딸년을

소맷부리 걷어올리고 찾아 나섰다

엄마는 어쩌다가 한 번 그랬다


나는 어쩌다가 한 번 일찍 집에 들어갔다

친구집에서 저녁을 먹고 놀거나

저녁을 먹고 친구집에서 놀거나

찌그러진 담장 아래서 우리는 늦도록 놀았다

술래잡기도 하고 도둑놈 찾기도 하고

온 동네를 무대로 날 새는 줄 모르고 놀았다

친구는 우리 엄마가 좋다 했다

모심기하고 받아온 빵 하나로

우리 형제 셋 나눠 먹기도 빠듯한데

내 친구는 그거 얻어먹으려고

우리 집에서 놀았다

엄마는 네 등분해서 똑같이 먹였다

찌그러지고 낡아빠진 지붕 아래서도

고구마 삶아 김치 걸쳐 먹으면서도

우리는 추운 겨울을 맛있게 보냈다

아직 가을 낙엽은 발에 뒹구는데

낙엽 하나 주워 가을을 묶는다

이미 밖은 겨울을 지나

봄을 향해 달려가는데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니

아버지가 보고 싶다

아버지, 곧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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