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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Apr 30. 2024

이러니 사랑할 수밖에

차마 잊을 수 없는 것들 1

  뙤약볕에 쪼그리고 앉아

 여린 상춧잎 사이를 비집고

 투박한 아지매의 손길이 스친다

 누가 뭐라 할까

 여리디 여린 연둣빛깔 잎들이

 저들끼리 소곤거리며 웃는다

 이 손은 아파

 저 손은 투박해

 아니야

 그래도 우릴 향한 마음은 따뜻한 걸

 

 애써 눈감아 주자

 씨 뿌리고 물 주고

 일주일에 한 번 그 정도는

 하기 힘든 일이라 일러두자

 

 돈 주고 사 먹을 땐 모른다

 저곳에 땀이 배었음을

 하루라도 더 가고픈 맘이 깃들었음을

 솎아내고 다듬고 씻고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한낮 더위쯤 무던히도 견뎌냈음을


 가꾸어보니 알겠다

 고랑마다 밟고 지난 시간 속에

 움푹 차오른 오래된 그리움이 있음을

 그 그리운 것들이 생각나면

 하루에 한 번쯤 떠올려 볼게

 일주일에 한 번쯤 다녀갈게


 알고 보면

 연둣빛 너도 사람이 그립고

 나도 네가 그리웠다고

 기억해야겠다고

 사라져 가는 것은 없나 보다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되는가 보다

 무너진 흙더미 속에서

 애써 견디며 살아내는 너는

 그래서 잊으면 안 되는 고향이더라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기억이더라





 굳이 엄마의 땅이라 부르는 건 아버지 가신 그 땅을 엄마 혼자 삼십 년 넘게 혼자 일구셨기에 그곳이 엄마의 땅이라 하기에 편한 이유다. 아버지 당신은 섭섭하셔도 할 수 없어요. 당신의 그리움이 묻어나는 대문 이야기를 들려 드릴 테니 딸내미 야속하더라도 조금만 견뎌 줘요. 삼십 년을 참고 기다렸는데 잠시 못 기다리실까요. 하늘 한 바퀴 구경하다 오셔요. 그러다 엄마 만나시면 엄마의 땅은 잠시 잊어버리시고  회포 푸시고요. 



 몆  달 전 친구가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 뒤집었다. 몇 해를 묵혀 놓았더니 풀만 무성하게 자라 영 볼품없는 땅으로 변해가는 게 안타까워도 어찌할 바를 몰라했었다. 우연히 친구가 텃밭을 가꾸고 싶어 했고 이 참에 비어 있어 풀만 자라고 있는 저 땅을 쓰고 싶다 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도 남았다. 거둬들일 농작물의 수확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풀이 자라지 않게 관리가 되니 그것으로 족했다. 그렇게 텃밭 농사가 시작되었다.


ㅡㅡ어린왕자의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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