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배웅하며

by 바람에 실린 편지


마음이란 참 묘하다. 몸은 쉴 새 없이 움직였건만, 정작 마음은 오래도록 멈춘 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누군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면, 나는 습관처럼 “그냥 바빴다”고 답한다. 그러나 그 바쁨 속에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무거운 시간이 숨어 있었다.


아파트 이웃의 남편이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응급실에서 먼 길을 떠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건장한 체격에 늘 씩씩하던 분이었는데, 암이라는 병마 앞에서는 인간의 강인함조차도 부질없어 보였다. 네 번의 항암 치료를 묵묵히 견디셨다. 병원에 가기 전날, 입맛이 없다 하시기에 정성껏 차린 식사를 대접했다. 그날의 식탁, 그날의 웃음이 아직도 선명하다.

“정말 맛있다.”며 만족해 하시던 모습

연거푸 내뱉으시던 그 말씀이 어쩌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몰랐다.


나는 그날 두 분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자식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셨다니, 그것이 작은 위안이 된다.

주변에는 “그래도 1년은 더 사실 줄 알았다”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응급실을 드나들며 이미 마음속에 기한을 헤아리고 계셨던 듯하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가슴은 힘없이 꺾였다.

그러나 더 깊이 남은 것은, 그 후로 아픈 와중에 내 안부를 물었다는 사실이다.

짧은 인연이었으나, 마음의 결을 따라 선한 흔적을 남기고 떠나신 것이다.


뒤늦게 알게 된 이야기도 있었다.

뒤늦게 알았지만 부인도 모르게 직장에서 누군가를 돕는 일을 자주 하셨다 한다.

조용히, 그러나 깊게 베풀던 그 삶의 자취가 오히려 더욱 크게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악화 소식을 듣고, 나는 장지까지 알아보며 남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 긴 나날 속에서 내 입술은 닫혔다.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전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저 마음을 다잡으며, 나 또한 나의 삶을 돌아보았다.


연명 치료의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언제든 삶이 끝날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나 역시 담담히 준비해야 함을 느낀 것이다.


삶은 누구에게나 유한하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나눈 밥상, 웃음,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 유한함을 넘어 오래도록 남는다. 당신이 내게 남기고 간 가르침은 분명하다. “살아 있는 동안, 서로에게 건네는 한 끼의 따뜻함이야말로 가장 귀한 선물이다.”


오늘, 오락가락 비가 내리는 날. 남편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 앞에서 부인은 조용히 전화를 걸어온다. 그 목소리 너머로, 여전히 그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듯하다.

나는 다시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픔 없이 편히 쉬소서. 당신의 웃음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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