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 방 책장을 바라보면 속이 복잡해진다.
책장에는 읽었던 책과 읽으려던 책, 읽다가 멈춘 책이 뒤섞여 어지럽게 꽂혀 있다.
그것들을 보며 ‘마치 내 마음 같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머릿속도 가끔은 무언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도무지 정리할 길이 없는 책장과 같다.
마음에도 가끔은 정리가 필요하다.
수많은 생각들이 뒤엉켜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 때, 우리는 이것들을 하나씩 꺼내 펼쳐보며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내 안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각들은 그대로 두면 자꾸만 얽히고설켜 더 커다란 혼란을 만들곤 한다.
한번은 마음을 잡고 생각들을 꺼내어 종이에 적어본 적이 있다. 처음엔 뭐가 그렇게 많을까 싶었지만, 하나씩 쓰다 보니 내 안에 그리 크지 않은 고민들이 얽혀 덩치 큰 고민으로 자라났다는 것을 알았다. 막상 종이 위에 펼쳐진 고민들을 보니, 사실은 간단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있었고, 내 고민의 크기가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내가 늘 하던 생각이 틀렸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고민은 그냥 놔두면 저절로 해결된다'라고 믿었는데, 실제로는 그냥 두는 순간 오히려 더 자라나기도 했다. 가끔은 하나씩 꺼내고 펼쳐 보고, 어떤 생각은 버리고, 어떤 생각은 다시 잘 접어서 마음속에 넣어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때면, 한적한 곳에서 종이와 연필을 꺼내 든다. 마음이 복잡할수록 글자는 단순하고 간결해진다. 긴 문장이 아니라 짧은 낱말들로 내 생각을 하나씩 꺼내 적는다. 그러고 나면 생각들은 더 이상 내 마음 안에서 떠돌지 않고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렇게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꺼내놓은 생각들은 신기하게도 더 이상 커다랗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내가 충분히 다룰 수 있는 크기의 작은 문제들로 쪼개져 있다. 고민의 크기가 작아지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마치 책장에서 읽지 않는 책을 빼내고 자주 보는 책을 보기 좋은 위치에 두듯, 내 마음도 어느덧 가벼워지고 편안해진다.
때로는 내 마음을 책장처럼 정리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생각을 펼쳐보고, 정리하고, 다시 필요한 것만 넣어두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자신과 좀 더 친해지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책장이 깔끔하게 정리된 방에서 느끼는 편안함처럼, 정리된 마음에도 따뜻한 여유와 편안함이 깃든다.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의 책장 앞에 앉아 차분히 생각을 꺼내본다. 하나씩 꺼내어 정리하며 마음이 가벼워지는 이 순간을,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