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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에 실린 편지 Oct 14. 2024

집으로 가기로 결정

인생은 쉬우면 재미없는 인생살이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아니, 누구는 말했다. 

인생이 순조로우면 인생이 지루해지고 재미없는 인생살이라고 하였다. 

나는 마치 내가 한국의 상징인 것처럼 신문에 내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발견했다. 

독지가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내가 원하는 역할도 아니었다. 나는 늘 스포트라이트를 피했고,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숨을 쉴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선호했다.

연휴나 휴일이 되면 누군가 만나러 찾아오거나 아니면 스케줄을 짜서 일본 시고쿠에 성지를  찾아 유명 고승들을 만나러 다녔다. 

물론 도와주던 독지가는 좋은 목적을 갖고 좋은 취지라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취지가 맘에 안 들어 의견충돌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머리가 아파진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진다.

우울증을 핑계로 매일 조금씩 보따리를 쌓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보따리를 쌓아야 내 몸이 낫을 거 같았다. 

보따리를 보면 집에 갈 수 있다는 안도감에 맘이 편해졌다. 

이유는 좀 쉬었다가 견문을 넓히기 위해 동경 D대학교로 가기 위함이라고 확실히 밝혔다. 

처음에는 실망하는 얼굴이었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병이 생길 거 같다는 말에 고맙게도 쉽게 이해를 해 주었다. 


드디어 집에 갈 생각만 하였다.

그 순간 내가 얻은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면허도 없고, 공식적인 자격증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통역하는 방법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이는 나에게 일종의 이상한 확신을 주었다. 그래도 혼자 공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고야산에서의 짧은 기간 동안 사람들은 나에게 자랑스럽다고 에너지를 주었던 말에 자부심을 갖었다.

남을 위해 자신을 불태우는 것은 고귀한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정말 무엇을 불태웠던 걸까? 내 영혼, 내 자아감?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올바르게 살고 싶고, 선한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이 아니었을까?

운명은 상대가 준비됐든 안 됐든 끌어당기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 깊은 것을 정화하려는 듯 발을 담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쩌면 운명의 잔혹한 반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멈춰버린 나 자신과 마주해야 했다. 그러다가 뜻밖에도 지인이 예상치 못한 대학원 등록금을 기부해 주었다. 다시 한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의 메시지였다.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했고, 마침내 인정을 받았다. 나는 다시 한번 리더로서 일어섰고, 한때 너무 불안정하다고 느꼈던 세상에서 내 발판을 찾았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성취했든 한 가지 진실은 남았다. 나의 가장 큰 투쟁은 항상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내 성격, 내적 갈등, 그것은 내가 아무리 외적인 성공을 거두더라도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내가 여전히 여기에 있고, 여전히 이 꾸러미를 들고 있으며, 결코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이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지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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