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비판사이
성숙한 칭찬의 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모두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종종 사소한 일들을 일일이 칭찬했던 기억이 있다. 춤추게 하려던게 아니라 자신감을 갖게 하려고, 그리고 스스로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생활습관을 들이고자 자주 칭찬을 하며 규칙적인 습관을 만들어주려 했다.
칭찬 방식의 전환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에게는 조금 다른 칭찬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받아쓰기 시험을 본 어느 날, 상당히 충격적인 점수가 나온 적이 있었다. 절반이 안 되는 점수를 가지고 온 날, 우리 아이는 그 시험지를 보며 꽤나 화가 나 있었고 조금은 억울해 보이기까지 했다.
엄마로서 아이의 한글 수준을 지적하며 야단을 쳐야 할지, 위로를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칭찬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여행을 가려고 할 때 우리는 캐리어에 옷과 세면도구, 애착인형, 게임기까지 준비를 해서 출발하게 되지?.”
아이는 엄마의 표정을 읽을 수 없어 듣고 있었지만, 알 수 없는 이야기라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준비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챙기는 일이고, 빠뜨린 물건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일과 같아서 시험을 치르려면 꼼꼼한 준비가 필요해.”
천천히 설명을 이어가며 말했다.
“너는 규칙적이고 스스로 준비를 잘하는 아이인데, 이번에는 조금 부족했나 보다.”
약간의 위로를 건네며 덧붙였다.
“억울하거나 속상한 표정을 보니 다음에는 준비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칭찬의 진정한 의미
칭찬을 하려던 이유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훈련도 필요한 감정이기 때문이었고, 그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인정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판을 비난이 아닌 비판적 사고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연습의 방향 그리고 생각과 마음가짐의 첫 단추를 바르게 맞춰주고 싶었다.
그다음 시험에서 백점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효과를 보았고,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 셋이 모두 이런 방식으로 삶의 방식을 배워가기를 여전히 기대한다.
어른에게도 필요한 칭찬
어른이 되어서도 단편적인 칭찬은 늘 갈망하게 된다. 누군가 가볍게 해주는 인정의 말이 고플 때도 많다. 하지만 스스로가 먼저 나에게 칭찬과 격려를 하고, 비판적 사고와 피드백을 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사십 대 어른인 지금도 여전히 어른이 필요하며, 기댈 그늘이 필요하고, 칭찬과 격려를 받고 싶은 나이다.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칭찬이 아니라 나와 내 곁에 있는 이들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성숙한 칭찬을 향하여
칭찬의 방향을 바꾸고 조금 더 성숙한 칭찬을 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진정성을 느끼게 하려면 단순한 칭찬, 단답의 격려는 일회용이라서 밑거름이 되거나 자존감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조금 더 세심한 부분을 건드려야 하는데, 긍정적인 면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시야를 돌려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각박한 생활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굴곡들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니 자신을 믿어 주고 인정해 주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아름답게 여길 수 있도록 제대로 칭찬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칭찬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