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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신부

엄마들의 대화법을 말하다. 커피한잔해요~

by 우리의 결혼생활

어린신부에게는 산후조리원동기 친구가 없었다. 아니 끼어들 수 없었던 것 같다. 나이가 제일 어렸고 또 적당한 나이차이가 아니라는 나의 선입견이 끼어들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 어른아이 특징인 것 같다. 어른이 되고서야 나이만 먹어서는 어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소 늦게 알았다.

당시 속마음은 어른처럼 행동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정작 나의 마음은 돌아볼 여유도 없고 자신을 정돈할 시간 또는 어떠한 일을 생각을 깊게 할 사유의 시간이 없으니 상대방을 보는 시야는 역시 좁았고 사회성도 미숙한 아이처럼 경계심만 가득했다.


이 세상과 어울리려면 자기의 고정된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세상에서 활동하려면 어떠한 문을 딛고 걸어 나와야 한다. 자신을 드러내고 돋보이게 하는 일의 시작은 생각의 틀이나 하고 싶지 않아도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사회성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누구에게나 친절할 수 있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소소한 대화에서 일상의 편안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매우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이러한 성격은 자리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음과 정신이 온전하고 약간의 틈을 열어둔 상태에서는 누구와의 대화도 두려움 없이 나눌 수 있게 된다.


어린신부는 어느 날 새사람이 된 것처럼 자존감이 올라가게 된 사건이 있다. 동네에 조용한 커피숍이 있었다. 나는 종종 아이와 산책 삼아 동네 공원을 걸었고 중간쯤 있는 동네 작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기를 좋아했다. 그날도 여느 산책길과 다름없었다. 그러던 중 아름다운 외국인 아가씨가 길을 물었다. 병원을 찾고 있었다. 마침 나도 아이의 예방 접종일이기도 해서 근처 가까운 가정의학과에 함께 걸어가게 되었다. 나도 잊고 있던 영어대화가 너무나 편안하게 나왔다. 나도 잊고 지냈던 영어는 기분 좋게 나왔다. 결국 그 외국인과 친구가 되었다. 우리 동네 초등학교의 원어민 강사였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친구와 메시지도 주고받으며 종종 집에서 커피도 마시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인형놀이를 하며 예쁜 이모가 되어주었다. 종종 산책도 같이하고 커피숍도 같이 가면서 동네에서 영어를 잘하는 애기엄마가 있다는 소문이 나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 유치원에서도 일일강사를 하게 되고 아이의 유치원 친구 엄마들은 커피 한 잔 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어딘가 수줍고 낮아진 자존감과 이른 결혼으로 이리저리 억눌렸던 어린신부는 그날의 외국인의 병원을 찾는 도움을 주고 나는 자존감을 높이는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그렇게 자신감이 생기고 나니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잊고 지냈던 힘이 솟아났다. 그리고 공부하기에 매진했다. 영어를 더 집중해서 공부하고 우리 아이들도 당시 어린아이들이지만 영어 유치원에서 하는 수업들을 참고해서 홈스쿨링을 했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열심히 하자 친구 엄마들이 함께하자며 부탁을 했고 가벼운 마음으로 엄마들과 커피타임을 갖으며 간단한 수업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의 친구가 오게 되고 그렇게 커피 한잔 같이하자는 말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엄마들 사이의 사인이 되었다. 그 사인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유치원 엄마들의 모임은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유치원하원 후에도 이어지는 놀이터에서의 쉬어가는 시간은 엄마들의 좋은 유대관계의 상징적인 곳이다. 아이들의 유치원 생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아이들끼리 놀다가 사고는 늘 생기기 마련이라서 늘 주의가 필요하다. 여하튼 엄마들의 사인은 단순한 커피가 아닌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휴식이며 정보교환이고 소속집단의 사회적인 관계형성의 시간이다.

어린신부는 그런 관계의 첫 발을 내디뎌 그 중심에 서게 된다. 수줍음이 많고 다소 소극적이지만 늘 에너지가 좋았고 자연히 나이는 중요치 않았다. 오히려 늘 궁금해하는 눈초리보다 젊은 엄마의 호기심으로 교육문제를 더 공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접근했다. 그러면서 어린신부는 진심으로 사랑받고 만난 친구들을 진심으로 사랑으로 대했다. 당시 유치부 초등부 영어학원을 계획하게 된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나에게 자신감이 생겼고 어린신부의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돌이켜 보니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린신부는 어쩌면 세상으로 나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가까이 와주기를 외롭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싶었던 것 같다. 이른 나이게 결혼을 했지만 너무나 정상적인 혼인이고 양가 어른이 축복한 결혼으로 단지 시아버지의 병환으로 서두르게 된 이유가 이른 결혼을 결심하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내 사연을 모두에게 설명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몇몇의 지나가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는 나를 매우 곤란하게 했다. 그래서 오히려 숨어가는 쪽을 선택했지만 그날의 행운으로 나는 더 이상 숨지 않게 되었고 그 이상의 자아실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런 이유에서 엄마들끼리 커피 한잔 하자는 말이 가장 반갑다. 어떤 계기가 되든지 그 우연의 일을 결코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돌파구를 찾아야 하고 또 자리 잡아야 한다. 어린 신부에게는 지혜가 필요하며 좋은 기회를 타고 다음 문을 넘어갈 용기기가 필요하다.



엄마의 일기장 _ 2007년 그 이후의 삶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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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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