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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

모범과 모방 사이에서

by 우리의 결혼생활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누군가를 바라본다.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 선한 일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정치, 문화, 경제, 사회 곳곳에서 모범을 보이는 사람들이 보물처럼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모습을 따라 하고 벤치마킹하며,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때로는 가슴 아픈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토록 존경했던 사람의 감춰진 추악한 모습을 마주할 때, 밀려오는 실망감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기도 한다. 내가 따라 했던 사람이나 열광했던 브랜드가 물의를 일으킬 때, 순식간에 공들여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옛말처럼,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나 타인의 만들어진 이미지를 과신하거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상처받는 일이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일에는 정도는 있지만 정답은 없다. 그렇기에 다각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며, 적당한 거리에서 오랫동안 지켜볼 줄도 알아야 한다. 첫인상에 휩쓸리거나 순간의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관찰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모방을 할 때도, 모범적인 것을 수용할 때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화’의 과정이 중요하다. 타인의 좋은 점을 내 것으로 융화시켜, 나만의 색깔로 재탄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균형감각은 우리를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섣부른 결정이나 충동적인 모방은 때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자극적인 내용들, 술이나 도박 같은 중독성 있는 것들, 심지어 폭력적인 행동들까지도 분별력 있게 걸러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바로 서 있는 어른들조차 실수를 한다. 실수는 어릴 때는 만회가 쉽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대가가 커진다. 그렇기에 판단과 선택을 모범과 모방 사이에서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면, 조금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맹목적인 추종도, 냉소적인 거부도 아닌 ‘지혜로운 수용’이다. 타인의 좋은 점은 겸허히 배우되, 그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내는 것. 그리고 언제나 비판적 사고를 잃지 않되, 너무 경직되지 않는 유연함을 갖는 것. 이런 균형 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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