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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지옥

관계의 소중함

by 우리의 결혼생활

우리는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진다. 스마트폰 속 수많은 연락처가 말해주듯, 요즘은 만남도 쉽고 헤어짐도 누구의 눈치를 볼 일 없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관계 맺고 끊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


어떤 관계는 참아야 하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상대방의 서툰 말 한마디, 예상치 못한 행동, 때로는 나를 상처 입히는 무심함까지도. 그런 순간들을 견뎌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성격이 좋아서도, 타고난 인내심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은 관계 자체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그 관계를 성공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기다려주며 배려하는 것이다.

불편함을 참아주는 그 사람은 참으로 귀한 사람이다.


자기중심적인 삶은 자기애로 가득하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 화제의 중심을 자신에게로 돌리고, 대화의 주도권을 자기 손에서 결코 놓치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는 종종 본다.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꾼인지, 얼마나 풍부한 경험을 가졌는지 보여주려 애쓴다. 하지만 듣는 이가 그 모든 말들을 묵묵히 듣고만 있다면,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자기 하나 건사하기에도 바쁜 세상이다. 진정한 관심 없이 일방적인 말만 늘어놓는 관계를 누가 오래 견뎌내겠는가.


이제 대화의 본질을 생각해 볼 때다.


진정한 대화는 나를 드러내는 무대가 아니라, 서로에게서 배우는 교실이어야 한다. 나보다 상대방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낄 때, 비로소 그 사람은 좋은 대화상대가 된다. 대화할 때 자세가 낮아지는 것과 내가 낮은 수준인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겸손한 마음으로 건네는 말과 거만한 마음으로 뱉어내는 말은 그 무게와 가치가 천지차다. 겸손함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주지만, 거만함은 그 여백마저 자신의 목소리로 채워버린다.


결국 관계의 진실은 이것이 아닐까.?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상대방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일 줄 아는 것.

내가 항상 옳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상대방에게서 배울 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이야기보다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려는 마음을 갖는 것.


만남과 헤어짐이 쉬워진 시대일수록, 진정한 관계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참아주고 기다려주며 배려해 주는 그 귀한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와 의미 있는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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