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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로키

마운팅

by 우리의 결혼생활



크리스마스에 로키에게 찾아온 건 산타가 아니라 큼직한 포메라니안 인형이었다. 처음 며칠간 로키는 이 녀석을 경계했다. 누가 봐도 ‘너 누구야?’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밥그릇 앞에서 본색이 드러났다. 로키는 갑자기 맹수로 변신했다. 코를 쥐어뜯고, 엎어치기를 시전 하며 “이 밥그릇은 내 거야!“를 온몸으로 외쳤다. 완벽한 경쟁자 제압이었다.


하지만 심심한 오후가 되면 로키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냄새 맡고, 자빠뜨리고, 뒹굴며 장난치는 모습은 영락없는 단짝 친구 사이였다. 그렇게 인형은 로키에게 친구이자 놀이 상대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중성화 수술을 받았지만 두 살 로키에게는 여전히 청소년기다운 본능이 꿈틀거렸다. 어느 날부터 포메라니안 인형을 향한 로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건 친구가 아니라… 러브라인이었다. 로키는 의기양양하게 바운스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큰딸과 둘째 딸은 킥킥거리며 “로키가 춤춘다! “고 했고, 막내는 순진하게 “엄마 아빠, 로키한테 빨간 게 나오는데 피나는 거 아니야? “라고 물었다.


딸만 셋인 우리 집, 아들이 있었다면 좀 덜 당황스러웠을까? 아니, 솔직히 짐승이 달리 짐승일까 싶기도 했다. 로키에게 눈초리를 주고 싶었지만, 본능 앞에 무슨 훈계가 통하랴. 결국 간식으로 로키를 달래고는 사랑스러운 인형 친구를 몰래 숨겨버렸다.


어리둥절한 로키의 수색 작전이 펼쳐졌다. 거실, 안방, 화장실, 베란다…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애인을 찾는 로키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결국 나는 항복했다. 인형을 로키의 보금자리인 딸기집에 넣어줬고, 그날부터 딸기집은 로키의 ‘움직이는 러브호텔’이 되었다.


이제 더 큰 문제가 남았다. 초중고생 딸 셋에게 뭐라고 설명하지?


망설이다가 자연스럽게 보호자로서 알아야 할 상식을 꺼냈다. 동물의 본능, 중성화의 의미, 건강한 성장에 대한 이야기. 로키는 딸기집에서 의기양양하게 물을 마셨고, 우리 가족은 뜻밖의 정숙한 성교육 시간을 갖게 되었다.


“로키야, 건강하게만 자라주렴. 너를 닮은 2세는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 대신 너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게 됐잖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아 주렴.”


강아지 마운팅 이유

1)놀이: 흥분한 상태에서 사람·인형 등에 마운팅할 수 있습니다.

2)서열 정리: 개체 간 서열을 확인하려는 행동입니다.

스트레스·흥분: 불안·스트레스 해소나 과도한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3)건강 문제: 드물지만 포피염·요로 감염 등 비뇨기계 질환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대처법

산책·놀이로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마운팅 신호(헐떡거림·낑낑거림)에 장난감·지시로 주의를 돌리세요.


중성화

중성화 후에도 마운팅을 할 수 있으며, 암컷은 줄고 수컷은 습관성으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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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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