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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준 Aug 02. 2023

왜 인사가 하고 싶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이 될 수 있도록(Feat. 인사꿈나무)

  누구나 그런 경험이 하나쯤은 있지 않는 가? 앞뒤 안 보고, 전후 사정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해야만 하는 행동으로 판단하면, 그것을 반드시 실현한 일 말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방문일정도 잡지 않고, wee센터를 찾아가서 이렇게 질문했다.   


안녕하세요, 상담사 하려면 뭐부터 준비해야 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랑 잘 맞을 것 같다는 '감' 하나로,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느낌' 하나로 내 꿈은 그날부터 상담사이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감정을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힘든 이야기든 행복한 이야기든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힘든 이야기라면 상대방이 더욱 기운낼 수 있도록 위로해 줬다. 

"잘하고 있다고,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행복한 이야기라면 긍정적인 감정 상태가 강화될 수 있도록 감탄을 내뱉음으로써 이야기에 공감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것이 곧 나의 행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진로의 시작점을 묻는 다면 누구나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전공'이 진로의 시작점이고 그 '시작점'을 상담이라는 전공 아래에 70명의 동기들과 함께 시작했다.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스스로 내린 선택이 잘못되지는 않았을지 혹은 '상담사는 배고프다'라는 선배들의 조언 아닌 조언 때문인지 그 무엇 하나 명확한 원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건 그 무엇이 됐든 내게는 확신이 없었다. 상담을 업(業)으로 삼을만한 확신이 말이다. 


  출발선에 섰지만, 남들처럼 라인을 따라서 뛰지 않았다. 라인 '안'에 발을 디뎠을 때 보이는 삶은 스스로를 포기하고 타인의 삶을 섬기는 마음 없이는 걸어갈 수 없어 보였다. 그러나, 라인 '밖'은 다르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닌,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느껴졌다. 

그렇게, 누군가와 함께 발전하고 싶었다. 옆에 사람과 함께 치열하게 부딪히고, 피드백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희망했다. 탁월한 인재를 영입하고 인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내 우리 조직을 먹여 살릴 인재를 키우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HRer의 삶은, 라인 '밖'에서 찾은 소중한 세 번째 '진로'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 지원동기와 포부를 듣고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시는 분들은 많지 않았다. 면접은 후보자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을 상대방(면접관)에게 파는 행위이고, 그 가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채용(구매)이 될 것이다. 신입이었던 내 지원동기와 포부는 누구든지, 얼마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가치라 생각했다. 세상에 간절한 이는 많지 않은가. 그러나, 때로는 그 가치가 누군가에게는 정말 필요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작스레 찾아온다. 


안녕하세요, 저는 OOOOO채용담당자 박 OO입니다. 인사 포지션 지원하셨죠?
 이틀 뒤 면접 참석 가능하실까요?

  한껏 정장을 차려입고 아무런 연고도 존재하지 않는 서울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고, 가는 시간 내내 그 기업에 대해 모든 것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정보의 양이 너무 부족해서, 사실 걱정도 많이 되기도 했었지만 당시에 잡플xx리뷰가 3.0 정도여서 안심했다.(나중에 알고 보니, 채용담당자가 좋은 글을 많이 써서 높였던 것이었다...★) 면접은 1시간 동안 진행했고, 다행히 당시 인사팀장님께서 좋은 평가를 주셔서 인사 직무에 입문할 수 있게 됐다. 


  한창 일을 막 던져주실 때는 조금 밉기도 했지만 내 밥벌이의 시작을 열어주신 분이라 생각하고 마음 깊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좋은 스승이자, 좋은 선배이고, 어디서든 인정받는 베테랑이었다. 

 인사를 내 밥벌이로 고민하고 있던 취준생 시절, 네 xx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에 들어가서 정보 검색을 했다. 많은 선배들이 다양한 이유로 이 직무를 추천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직무(마케팅, 영업, 재무, 회계 등)를 추천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 현업에 있으신 분들은 이미 그 길을 경험했기에, 그래서 마음에 우러나는 조언을 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나 또한, 주관이 불분명했으면 혹은 인사에 대한 길이 확신이 서지 않았으면 그때와 같이 출발선에서 망설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잘 알고 있다. '나는 스스로가 맞다는 판단이 서면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란 걸.

고등학교 2학년 때 wee센터를 무턱대고 찾아간 것 또한 이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요즘에도 이 업(業)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취준생 시절의 나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이'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 업(業)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싶은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 한 번쯤은 전해주고 싶다. '힘들지만 보람차고, 어렵지만 만들어내야 하고, 지치지만 포기하면 안 되는' 

나름의 내 지론이며, 이 업(業)을 함에 있어서 필요한 자세라 생각한다. 


  한 유명 스타트업의 CEO의 말이 있다.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과거의 나와 비슷한 출발선에 선 사람들에게 한번 더 전하고 싶다. "인사가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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