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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낮 Jan 28. 2024

소중한 존재와 이별한 아이들의 애도를 돕는 그림책

클로드 퐁티의 <끝없는 나무>

미술치료 현장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주 상실에 대한 주제가 나오곤 한다. 키우던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지금 키우던 고양이가 아플까봐 불안해 하던 아이, 잘 놀아주던 삼촌과 함께 살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삼촌이 너무 그리운 아이, 아빠의 해외근무로 인해 오랜시간 떨어지게 된 이야기 등 아이들도 일상에서 무언가와 이별하는 경험을 하게된다. 아이들이 감정을 다루는 것이 서투른만큼 이럴 때는 아이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프랑스 작가인 클로드 퐁티의 <끝없는 나무> 그림책은 소중한 존재의 이별을 경험하고 있는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이폴렌이라는 두더지의 할머니의 죽음 이후 애도 여행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별의 슬픔을 작가의 상상력이 담긴 이미지들로 풀어내는 장면들에서 따뜻한 위로가 느껴졌다.

눈을 감은 할머니를 나뭇잎 요람에 싸서 하늘에 올려보내는 장면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할머니를 떠나 보낸 후 겪게 되는 슬픔에 대해 작가가 여러 장면들로 묘사해 나간다.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 이폴렌은 오르틱이라는 괴물을 만나 무서워서 그만 돌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슬픈 감정을 크게 경험할 때 아이들에게 느껴지는 무서움, 무게감, 혼란스러운 느낌을 어쩌면 이렇게 시적으로 잘 풀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폴렌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과정을 재밌는 이미지와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작가가 그려낸 상상 세계 속에 아이들이 슬픔을 공감하고 다루어낼 수 있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여러 상징들이 이야기에 잘 스며들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이폴렌의 여정에 푹 빠져서 읽게되었다.


이폴렌이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과 엄마의 품으로 돌아갔을 때, 실제로 지나간 시간은  하루라고 작가가 알려주는 대목이 있다.

 

이폴렌이 겪은 슬픔과 애도 여행은 매우 긴 시간으로 그려졌는데, 실제 아이들이 겪는 주관적인 현실과 어른들의 현실이 차이가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고 작은 이별을 경험한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으면서 이폴렌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이폴렌의 애도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공감과 위로를 받아 감정을 잘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만났던 몇 명의 아이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그땐 몰랐던 책인데, 앞으로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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