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사례를 다루기 전에 | 이론편(1)
프로이트는는 1920년 『쾌락원칙을 넘어서』(Jenseits des Lustprinzips)를 통해 고전적 정신분석 이론의 중심축이었던 쾌락원리에 결정적인 균열을 가하는 개념으로서 반복강박(Wiederholungszwang)을 도입하였다. 반복강박은 단순히 고통스러운 기억이나 외상적 장면이 반복적으로 환기된다는 병리적 현상의 기술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주체가 고통을 회피하거나 쾌락을 추구하는 통상적 심리경제적 기제를 일탈하며, 고통의 반복과 파국의 재현이라는 역설적 경향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기존 심리학 이론의 외연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이러한 반복은 단순한 기억의 실패, 즉 충분히 통합되지 못한 정서적 내용의 재현이라기보다, 구조적으로 구성된 운동의 징후로 간주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반복은 주체가 무의식적 차원에서 상징화에 실패한 어떠한 실재적 단절에 대한 구조적 응답이며, 이로 인해 기표화되지 못한 경험이 동일한 형식으로 귀환하는 일련의 기제이다. 이때 반복은 쾌락원리가 작동하는 일차적 심리경제적 회로의 외부에서 나타나며, 그 자체로서 일종의 실재의 출현 방식으로 파악될 수 있다. 따라서 반복은 충동의 방향이나 내용으로 환원되지 않으며, 상징적 통합과 주체화 과정에서 누락된 무엇인가의 구조적 흔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포르-다 놀이와 상징화의 구조
프로이트가 제시한 반복강박 개념은 『쾌락원칙을 넘어서』의 주요 사례로 인용된 소위 ‘포르-다(Fort–Da)’ 놀이에서 더욱 명확한 형태로 전개된다. 이는 프로이트가 그의 외손자 에른스트가 반복적으로 실타래를 침대 뒤편으로 던지고 다시 끌어당기며 “포르!(갔다)”와 “다!(왔다)”라고 외치는 행위를 관찰함으로써 개념화한 사례이다. 이 놀이행위는 단순한 유아기의 심리적 습관이나 감각운동적 자극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상실과 귀환이라는 경험을 언어적 형식 속에서 구조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놀이 속에서 아동은 대체로 ‘어머니의 부재’라는 감정적으로 위협적인 상황을, 놀이를 매개로 일정한 언어적 형식 안에서 재현하고자 시도한다. 이는 곧 주체가 결핍을 외부 현실의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기표화된 상징적 행위로 처리하려는 초기적 시도이며, 언어적 주체의 형성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을 예고한다. 즉, 대상의 상실이 놀이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되며 그것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만, 그 통제는 항상 부분적이고, 반복은 상실 그 자체를 복원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상실의 구조적 불가피성을 드러낸다.
포르-다 놀이에서 반복되는 것은 단순한 ‘사라짐과 귀환’의 교대가 아니라, 주체가 기호화할 수 없는 어떤 실재에 대한 실패한 기도이며, 그 실패 자체를 반복적으로 조직함으로써 하나의 언어적 위치를 성립시키려는 무의식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해당 놀이는 상징화 자체의 불가능성을 드러내며, 동일한 놀이가 반복될수록 대상의 부재는 더욱 구조적으로 자리 잡는다. 대상은 놀이를 통해 호출되고 되돌아오지만 그 회귀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반복은 결국 결핍을 언어로 견디고자 하는 주체의 형성적 투쟁을 담지한다.
반복과 기억 : 재현불가능한 구조
반복강박의 구조는 기억 작용과도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기억은 일반적으로 과거의 경험이 일정한 기표화 과정을 거쳐 저장되어 있으며, 적절한 인지적 단서를 통해 회상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성립한다. 기억은 기표와 기의 사이의 대응이 보장된 상태에서 작동하는 반면, 반복은 바로 그 기표-기의의 대응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자리를 가리킨다. 반복은 무의식적 층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그것은 말해질 수 없고 기억될 수 없는 어떤 사건—즉 실재의 단절적 흔적—이 주체의 현재를 무의식적으로 침범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반복의 작동은 주체가 그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채 동일한 장면, 동일한 정동적 구조 안으로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반복은 주체의 통제 밖에서 발생하는 비자발적 귀환이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병적이거나 강박적인 양태들은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그 재현 불가능성 자체를 현시하는 구조적 간극을 표지한다. 이는 곧, 과거의 트라우마나 상실이 회상되어 재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그 트라우마의 언어화 실패가 반복적으로 귀환하며 현재의 행위와 정동을 구성한다는 정신분석학적 이해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반복의 구조는 병리적 증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언어와 상징 질서의 내재적 한계—모든 상징화 기획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실재의 저항적 차원—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주체는 이 실재의 자리, 즉 기표화되지 못한 잉여의 지점과의 반복적 마주침을 통해 자신의 언어적 위치를 형성해 간다. 따라서 반복은 단순히 행위의 실패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 실패를 반복함으로써 주체의 무의식적 진실이 드러나는 윤곽선을 그리는 것이다.
반복의 윤리적 전환, 라깡적 계승
프로이트의 반복강박 개념은 이후 자크 라깡에 의해 보다 정교한 이론적 구조 속에 편입되며, 증상과 (부분)충동, 그리고 윤리적 주체의 형성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라깡은 반복을 단지 병리적 퇴행이나 정신적 외상에 대한 반응으로 환원하지 않고, 상징적 질서의 한계 내지 실재의 작동을 주체가 마주하게 되는 불가피한 국면으로 사유하였다. 반복은 무의식의 기표망에서 결코 완전히 통합되지 못하는 잉여의 대상(petit objet a)과의 끊임없는 대면이며, 그 반복을 통해 주체는 자신의 욕망 구조를 가시화하게 된다.
이러한 반복은 주체가 자신의 실존적 위치를 모색하고 정립하는 방식으로 전유된다. 반복은 더 이상 무의식의 자동기계적 작동(automatism)만이 아니라, 주체가 자신의 삶의 서사에 관여하게 되는 사건의 장으로 전환된다. 이때 윤리란 실재의 불가피성과 상징의 한계라는 조건 속에서 기표와의 새로운 관계를 구성해가는 과정이 된다.
결과적으로 반복강박이란 쾌락원리의 경계를 넘어선 충동의 운동으로서, 실재에 대한 언어적/상징적 접근의 불가능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불가능성 자체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주체의 형성 과정을 가시화하는 개념으로 작동한다. 프로이트가 개념화한 반복은, 라깡에 이르러 증상의 해석을 넘어 실존적 결단과 윤리적 책임의 지평으로 확장된다.
반복은 정신분석적 병리의 핵심 개념일 뿐 아니라, 상징적 질서와 실재 사이에서 윤리적 주체가 구성되는 방식에 대한 사유의 출발점이 된다.